전력난·관광 개발 맞물려 '그린 데탕트' 현실화
[제주=뉴스핌] 이찬우 기자 = "이모빌리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동시에 이념과 체제를 넘어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공통 언어다"
25일 제주신화월드에서 열린 '2027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PIEVE) 추진 라운드테이블'은 단순한 산업 논의를 넘어, 전기차를 매개로 한 새로운 남북 협력 가능성을 시험하는 자리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전기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협력의 도구'라는 점이 반복해서 강조됐다. 제주가 '탄소 없는 섬' 전략을 통해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모빌리티를 결합한 모델을 구축한 만큼, 이 경험을 한반도 전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었다.
특히 "전기차는 이념과 체제를 넘어 실질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공통 언어"라는 발언은 이번 논의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산업과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접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전기차 엑스포를 '그린 데탕트'의 현실적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환경·관광 협력에서 시작해 에너지 인프라 협력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이 가능하다"며 "전기차는 남북 협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북한 내부 변화도 주요 변수로 언급됐다. 특히 최근 평양을 중심으로 변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년간 약 6만세대 규모의 주택이 건설됐고, 지방 역시 공장·병원·복합서비스시설이 확충되는 등 생활 인프라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광 인프라도 변수다. 원산 갈마지구 등 대규모 관광지 개발이 진행됐지만 이를 외부에 보여줄 창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국제 전기차 엑스포는 북한 입장에서 '성과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전기차는 북한이 직면한 에너지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만성적인 전력 부족 상황에서 전기차 도입은 충전 인프라 구축과 전력망 효율화까지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협력이 단순한 교통수단 도입을 넘어 대중교통 현대화와 에너지 효율 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북한에서도 전기차 보급 움직임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전기차 조립과 판매가 확대되고 있으며, 전기택시 등 대중교통 전동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충전시설과 차량 전시 공간도 구축되며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황우현 서울과기대 교수는 평양 엑스포를 단순 전시가 아닌 산업 플랫폼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충전 인프라, 스마트그리드를 통합해 동북아 협력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평양~원산 구간 전기차 주행 실증, 삼지연 전기 기반 도시 연계 등은 단순 이벤트를 넘어 실제 인프라 구축 가능성을 점검하는 실증 프로젝트 성격이 짙다. 전기차를 시작으로 철도·관광·에너지 협력까지 확장 가능한 '초기 진입 산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테슬라, 현대차·기아, BYD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 참여도 거론됐다. 업계에서는 초기 시장과 기술 표준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도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실적 제약 역시 분명하다. 전력 인프라 부족과 제재 환경, 정치적 리스크 등은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이번 구상은 정부가 아닌 민간 중심 협력 모델로 설계됐다.
김대환 세계e-모빌리티협의회 회장은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는 산업과 기술 중심의 민간 협력 모델로 추진돼야 한다"며 "제주에서 시작된 전기차 혁신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