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기대 꺾이며 전세 공급 감소
기존 지원 체계, 전세자금 대출 위주로 한계
"임대료 보조 시 부작용도 대비해야"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인구 감소 여파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국내 임대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존 전세 위주의 주거 지원 체계가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청년과 신혼부부의 자산 형성을 도울 새로운 정책 설계가 시급해졌다.

25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주거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구진이 시군구 단위 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 5년간 인구가 1% 증가할 때 주택가격은 약 0.25% 상승했다. 집값이 1% 오르면 전세 거래는 약 0.5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인구가 줄어들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일수록 임대인의 전세 공급 유인이 감소해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된다는 의미다. 전세시장이 축소되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주거정책의 효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주거비용 지원 체계는 전세자금 대출 및 공공부문 보증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설계돼 있어서다.
전세제도의 구조적 전환은 가계의 자산 형성과 부채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전세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상대적으로 적은 금융 비용으로 주거를 해결하고 자가를 마련하기 위한 핵심적인 자산 축적 경로로 기능해 왔다.
박정흠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전세가 축소되면 이 방식이 더 이상 보편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며 "사적 금융제도인 전세를 전제로 한 지원 체계를 새롭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차인을 거치는 자금 순환 구조가 금융기관 대출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가계부채와 금융시장 안정성에 미칠 영향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현 시점에서 기존의 전세 금융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월세 가구에 대한 직접 지원 강화 ▲공공임대주택의 질적 개선 ▲주택 구입 지원 등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점진적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주택 공급 관리와 공공부문 보증의 위험 관리 체계를 병행해, 가격 하락과 임대시장 위축이 지역경제 불안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주거지원 정책을 월세 중심으로 재편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월세 지원이 임대료 보조 등 현금성 이전지출 형태로 이뤄질 경우, 대출이나 보증 같은 금융지원 중심의 전세 정책보다 국가의 직접적인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박 부연구위원은 "월세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확대가 시장 임대료 상승을 유발해 정책 효과가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에게 돌아갈 위험도 존재한다"며 "임대료 보조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적절한 수준의 임대주택 공급과 청년 자산 형성 지원 등 종합적인 접근을 바탕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