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미국은 도통 수지가 안 맞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이란과 전쟁으로 인해 미국은 이미 '수년치'에 달하는 핵심 무기를 소진했다.
퍼부은 비용에 비해 이란의 신정체제는 견고하다.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그 아들 하메네이로 대체됐을 뿐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가시지 않으면서 세 자릿수 유가가 장기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자산시장 내 고개를 들었다.
신문은 이란 전쟁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미국 정치권 내에서도 부풀어 오르는 전쟁비용과 군수물자 보충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번 전쟁으로 급속히 소진된 무기 중에는 첨단 장거리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토마호크는 1000파운드(약 454kg) 탄두를 장착한 아음속 순항 미사일로, 미국 방산업체 RTX에서 대당 360만 달러에 생산한다. 국제전략연구센터의 경우 "지난 2월 28일 이란전 개전 이후 첫 100시간 동안 미군은 토마호크 미사일 168기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군은 지난 5년간 이 미사일을 단 322기만 구매했다. 여기에는 해군이 2026 회계연도에 2억 660만 달러에 구매하도록 배정한 57기가 포함돼 있다. 이는 이번 이란 전쟁에서 쏘아올린 토마호크 미사일의 추정치(168기)와 큰 대조를 이룬다.
한 소식통은 이를 두고 "토마호크의 대량 소모"라고 표현하면서 "미 해군은 향후 수년에 걸쳐 그 여파를 체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에 따른 재정부담과 유가상승이 불러오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 훼손은 가을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에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미국인 80%는 최근 몇주 연료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고, 응답자의 48%는 연료비 상승이 트럼프 정부 때문이라고 답했다.
미 국방부는 조만간 의회에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군사비 항목으로 추가 신청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워싱턴 정가에선 전운이 감돈다.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모하고 충동적인 전쟁 수행 과정을 따질 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비난한다.
공화당 내 재정 매파들의 기류도 냉랭하다.
상원 예산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리사 머코스키 의원은 "백악관이 백지수표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12일 성명에서 "국방부는 의회와 소통해야 한다"며 "우리가 요청한 정보를 제공하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회의 역할을 수표 발행기 적도로 인식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미군은 조만간 의회에 '보충이 시급한 군수품 내역'을 보고할 예정인데, 이는 워싱턴 조야에 군수물자 비축 현황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킬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미 정부 관리들은 핵심 군수품의 소진 속도가 생산량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점을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잠재 적성국과 충돌을 빚는 상황을 감안할 경우 특히 그렇다고 했다.
이번 이란 전쟁이 별소득 없이 중동 내 분란만 키우는 형태로 끝날 경우 정치권에서는 '미군의 무기 비축량을 위험할 정도로 고갈시켜 향후 전쟁 대비 태세를 약화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질 수 있다.
머코스키 의원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에 우리가 더 많은 군수품을 지원하고 싶어도 '비축분이 부족하다'고 설명해야 했던 상황을 떠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작전에서 매일 소모되는 재고(탄약고) 수준을 감안하면 군수품 현황에 대해 우리가 진지하게 질문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장장관은 지난주 "우리의 군수물자는 부족하지 않다"며 "현재의 방어 무기 체계 및 공격 무기 비축량은 우리가 필요한 만큼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