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경보에도 무대응
사고 3번 나고서야 대책본부 가동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지난달 10일 서산~영덕 고속도로 남상주 나들목(IC) 인근에서 발생해 5명의 사망자를 낸 연쇄 다중 추돌사고는 한국도로공사의 안일한 대처가 빚어낸 '예고된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는 사고 당일 노면 결빙이 우려되는 기상 상황임에도 제설제를 미리 살포하지 않았으며, 사고 예방을 위한 감속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고 관련 도로공사 긴급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1월 10일 도로는 이미 강우로 젖어 있었고 영하권 추위가 예보돼 '도로 살얼음(블랙아이스)' 발생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사 보은지사는 기상 상황을 오판해 제설제 예비 살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기상청이 당일 새벽 4시 25분경 '어는 비' 가능성을 경보했음에도 차량 속도를 50% 줄이도록 안내하는 속도제한표지(VSL)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구간에 원격으로 제설액을 뿌릴 수 있는 '자동염수분사장치'가 설치돼 있었으나 통사고로 제설차 진입이 어려운 비상 상황에서도 해당 장치 가동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초기 대응 시스템도 미흡했다. 규정상 일정 수준 이상의 재난이 발생하면 즉시 재난대책본부를 꾸려야 하지만, 도로공사는 세 번째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본부를 가동했다. 이 과정에서 지사장 등 지휘부는 관할 내 미제설 구간이 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해 추가 제설 작업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국토부는 도로공사에 '기관 경고'를 내리고 관련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이번 감사 결과를 수사기관에 제공해 수사에 참고토록 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확인된 위법·부당 사례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