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투 파워' 강점에 중장기 재평가 기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비트코인이 최근 조정을 받는 가운데,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 가운데 일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방향을 틀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침체된 가상자산 시장 환경 속에서도 AI 컴퓨트 수요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존 채굴 인프라를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전략이 중장기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퍼 마이닝(Cipher Mining), 테라울프(TeraWulf) 등 일부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은 채굴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AI 및 클라우드 기업을 겨냥한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전력 인프라와 이미 구축된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규 데이터센터를 처음부터 짓는 것보다 더 빠른 공급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가진다.
모간스탠리는 AI 연산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전력 접근성'이 핵심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망 증설 지연과 인허가 문제로 기존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의 확장이 가로막힌 사이, 즉시 가동이 가능한 '타임 투 파워(Time-to-Power)'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기존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전환한 데이터센터가 하이퍼스케일러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최근 자본지출(CAPEX) 계획을 보면 AI 연산과 전력 확보에 대한 투자 의지는 여전히 매우 강하다면서 "전력과 부지를 이미 확보한 전(前)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은 프리미엄을 받고 컴퓨트 용량을 공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기존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은 전력망 연결 대기와 각종 인허가 절차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다.
모간스탠리는 "대형 비트코인 기업들이 보유한 전력 접근권을 모두 활용하더라도, 향후 데이터센터 수요를 전부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 6000달러 대비 40% 넘게 밀리며 조정을 받고 있으며, 10일 오전 기준 가격은 7만 달러를 밑돌고 있다. 같은 기간 사이퍼 마이닝 주가는 약 6% 올랐고, 테라울프는 21% 상승해 비트코인 가격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물론 리스크 요인도 분명하다. 신용 환경이 악화될 경우 데이터센터 증설을 위한 자금 조달이 제약을 받을 수 있고, 대형 언어 모델(LLM) 성능 개선 속도가 둔화되면 AI 수요 증가세가 예상보다 빨리 꺾일 수 있다.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용 초과나 운영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지목된다.
그럼에도 모간스탠리는 "비트코인 채굴 기업의 데이터센터 전환은 단기적인 가상자산 가격 변동과는 별개의 구조적 성장 스토리"라며, AI 인프라 확장 국면에서 중장기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의 한 채권 운용사는 "예전에는 채굴기업 투자를 단순히 가상자산 가격에 연동된 베팅으로 봤지만, 이제는 AI 인프라라는 거대한 성장 옵션을 함께 사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수익 기회와 리스크 모두 이전과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