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 재무부가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보고서'는 일본의 통화 정책을 둘러싼 미국의 시각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엔화 약세(엔저)를 둘러싼 책임의 무게 중심이 일본은행(BOJ)의 통화 정책에서 다른 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보고서까지만 해도 미국은 BOJ를 향해 사실상 '금리 인상 압박'을 가했다. BOJ가 금융 긴축을 지속해야 엔저가 정상화되고, 미일 간 무역 불균형도 완화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해당 문구가 아예 삭제됐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 재무부 고위 당국자는 "반년 전에는 금융 정책이 문제로 인식됐지만, 상황이 변했다"며 "초점은 다른 요인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BOJ의 통화 정책을 엔저의 주범으로 지목하던 기존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엔저 원인에 대한 해석이다. 미국은 그동안 미일 간 금리 차이를 엔저의 핵심 배경으로 봐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기에 더해 일본의 새 정권이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확장적 재정 정책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명시했다.
즉, 엔저가 단순히 BOJ의 금리 정책 때문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공식 문서에 담긴 것이다. 이는 BOJ의 추가 금리 인상 압박이 이전보다 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미일 당국의 '레이트 체크' 이후 다소 안정을 찾았다. 미국으로서는 일본이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약세로 유도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다만 미국이 일본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풀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은 이번에도 환율 정책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관찰 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대미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가 기준치를 넘었기 때문이다.
관찰 대상국에는 일본 외에도 한국, 중국,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등 10개 국가·지역이 포함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연금기금과 국책 금융기관의 해외 투자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미국은 일본의 공적연금(GPIF)과 일본 최대 국영 금융기관 유초은행(우체국은행)의 자산 운용이 결과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했을 가능성도 검토했다.
특히 GPIF가 2014년 외국 주식·채권 비중을 늘린 결정에 대해 "엔저를 유도하려는 정부 정책의 일환이라는 시장의 관측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외환시장 개입뿐 아니라 자본시장 정책 전반도 환율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미국의 인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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