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엔화 레이트 체크'… '마러라고 합의' 현실화 가능성
달러 인덱스 97선 턱걸이… 1년 새 9.5% 급락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달러화의 추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이 달러 가치를 깎아먹는 '디베이스먼트(Debasement·통화 가치 훼손)' 트레이드를 촉발한 데 이어, 당국이 의도적으로 약달러를 유도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는 '마러라고 합의' 신호까지 겹치면서다. 시장에서는 이 두 가지 재료가 맞물려 달러 매도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오후 1시 18분(미 동부 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62% 하락한 97.00을 기록했다. 최근 3일간의 낙폭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을 선포했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컸으며, 지난 1년간 달러 가치는 9.5% 이상 증발했다.
달러 약세의 1차적 원인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초래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다. 미국 내부의 정치·사회적 혼란과 대외 정책의 불확실성이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을 위해 유럽 동맹국에 관세를 위협했다가 철회하거나 캐나다와 베네수엘라를 향해 적대적 무역·군사 조치를 시사한 것이 악재가 됐다. 내부적으로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자국 시민 2명을 사살하는 초유의 사태로 사회적 불안이 극에 달했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와 친(親)트럼프 인사들의 연준 장악 시도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달러 가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노무라의 도미닉 버닝 외환 전략가는 "올해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이 도입하려는 정책들이 과거 관세를 이용한 단순한 '경제적 접근'이라기보다는, 훨씬 더 적대적이고 지정학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책의 질적 변화가 통화 가치 훼손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 23일 미 금융당국의 '레이트 체크(Rate Check)'였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트레이더들에게 엔화 가격을 확인했다는 소식은 트럼프 행정부가 엔화 약세를 저지하고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입할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마러라고 합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마러라고 합의'는 1985년 주요 5개국(G5)이 달러 약세 유도에 합의했던 '플라자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 이름에 빗댄 용어다. 실제로 주요국이 마러라고 합의를 한 적은 없지만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 등 트럼프 진영의 경제 참모들은 줄곧 미국 제조업 경쟁력과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약달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레이트 체크가 단순한 구두 개입을 넘어, 미·일 양국이 조율된 형태로 시장에 개입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맥쿼리 그룹의 가레스 베리 전략가는 "만약 미국이 일본과 연합해 개입한다면 이는 단지 상징적인 조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 팔 수 있는 달러가 많지만, 뉴욕 연준은 무한대의 달러를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약한 달러'를 원한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돼 엔화 랠리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