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진짜 라이벌은 그의 반려견 '디코이(일본 이름 데코핀)'였다. 주인이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한 날, 디코이는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뉴욕지부로부터 '최우수 개(MVD·Most Valuable Dog)'에 선정됐다.
BBWAA 뉴욕지부는 26일(한국시간) 뉴욕 베이스볼 라이터스 갈라 행사에서 메이저리그 MVP를 비롯해 각종 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오타니의 반려견에게 주어진 상은 이벤트성이지만, 디코이가 메이저리그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자들은 역대급 이도류 선수 옆에 역대급 이도류 견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투표로 뽑는 MVP와는 별도로 특별상을 신설해 디코이에게 헌정했다.


실제 MVP 트로피를 쏙 빼닮은 상패에는 '2025 내셔널리그 MVD 디코이 오타니'라는 문구가 새겨졌고, '디코이의 집사'인 오타니는 자신의 트로피를 받은 뒤 이 독특한 MVD 트로피를 대리 수상했다.
디코이는 이미 야구계에서는 주인 못지않은 스타다. 네덜란드 원산 쿠이커혼제 종인 그는 2023년 오타니 패밀리가 된 뒤, 다저스타디움에서 시구를 맡아 마운드에 놓인 공을 물고 포수석의 오타니에게 내달려 완벽한 '견(犬)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으며 5만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MLB닷컴은 당시와 이번 수상을 연결해 "디코이는 공 가져오기와 구르기 기술을 완벽히 마스터한 세계 최고의 이도류 견"이라며 "야구 기자들이 처음으로 수여한 MVD의 역사적인 첫 수상자"라고 극찬했다.
시상식장에서도 주인과 반려견의 '투견 합작'은 이어졌다. 오타니는 BBWAA 갈라 만찬 무대에 올라 통역 없이 영어로 MVP 수상 소감을 전하며, 자연스럽게 디코이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투표해준 모든 기자들에게 감사하다. 이 MVP는 내게 정말 특별한 상이고,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돼 매우 영광"이라고 운을 뗀 뒤, "내 강아지 디코이가 역사상 첫 MVD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 공 가져오기와 구르기를 열심히 연습한 덕분이다. 오늘 밤 진짜 MVP는 디코이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연설 말미에서 그는 다른 수상자들을 향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 오타니는 "함께 상을 받는 모든 선수들에게 축하를 전한다. 이제 나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되는 기분을 알게 됐고, 이런 특별한 밤에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덧붙이며 야구 기자들과 동료 선수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영어로 또렷이 남겼다.
시상식이 끝난 뒤 오타니는 자신의 SNS에 나비넥타이를 단 디코이가 MVD 상패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두 번째 MVP가 집에 왔다(our second MVP is home)"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미 2024년과 2025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에 함께 등장해 '우승 견'으로 불린 디코이는 이제 공식적으로 '최우수 개' 타이틀까지 품에 안았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