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의존 탈피·AI 부품사 체질 개선 '청신호'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서버와 전장 등 고부가 제품군의 수요 폭증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연말은 IT 부품 업계의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지만, 삼성전기는 AI 투자가 본격화된 흐름을 타고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의 공급을 늘리며 전년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영업이익 개선을 이뤄낸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조8400억원, 영업이익은 23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2024년 4분기) 매출 2조4923억원, 영업이익 1150억원과 비교해 각각 13.9%, 100%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등 기존 IT 세트 시장 정체 속에서도 AI 서버와 전장용 부품이 실적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특히 이번 실적 반등의 핵심으로 사업 구조의 질적 전환을 지목한다. 과거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에 실적이 연동되는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향 AI 인프라 부품사로 체질을 개선했다. 특히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공급 중인 AI용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기판이 핵심 동력이다. AMD와 애플 등을 고객사로 확보한 패키지솔루션 부문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수혜를 입으며 전사 이익 성장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MLCC 부문 역시 전장용 제품을 앞세워 실적 견인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컴포넌트솔루션 사업부는 전체 영업이익의 약 70%를 창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고전압·고용량을 요구하는 전기차 및 AI 서버용 하이엔드 제품 비중을 확대한 결과다. 삼성전기는 고부가가치 시장 선점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장용 라인을 풀가동 수준으로 유지하며 비수기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 같은 성과는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강조해온 '기술 경영'이 가시적인 성과로 연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장 사장은 이달 초 CES 2026에서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향 부품 수요 확대를 언급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AI가 하이 퍼포먼스로 가면서 GPU,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에 올라가는 MLCC와 FC-BGA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고, 레이어 수가 많은 AI 전용 기판에 대한 고객 요청이 많다"며 "FC-BGA는 올해 하반기부터 상당히 타이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장 사장이 예고한 기판 라인의 하반기 풀가동 전망이 이번 4분기 실적을 통해 입증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삼성전기는 여기서 나아가 차세대 '유리 기판' 등 미래 먹거리 선점을 통해 AI 부품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에 따른 가동률 유지 여부는 향후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고부가 제품 비중이 커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매출 비중이 높은 일반 IT 기기용 부품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경우 실적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는 IT 비수기라는 한계를 AI와 전장이라는 신성장 동력으로 돌파하며 질적 성장의 궤도에 진입했다"며 "단기적인 실적 반등을 넘어 온디바이스 AI 등 차세대 시장 선점 여부가 향후 기업 가치 재평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