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위조상품, 클라우드·플랫폼으로 옮겨간 지식재산 범죄
"초동 압수수색 망치면 끝"…디지털 증거 수사의 위험성
[대전=뉴스핌] 김현구 기자 = "지식재산 침해 범죄는 더 이상 공장이나 창고에서 이뤄지는 범죄가 아니라, 서버·클라우드·플랫폼으로 무대가 옮겨간 범죄입니다." 최근 반도체·이차전지 공정 설계와 연구 데이터,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등 무형 기술이 핵심 범죄 대상이 되면서 수사 역시 서버·클라우드에 흩어진 방대한 전자정보를 다뤄야 하는 고난도 작업으로 바뀌었다.
기술 유출과 침해가 전자정보 형태로 이뤄지면서 수사 현장에서 초동 압수수색과 디지털 증거 분석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술을 모르면 증거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식재산 범죄는 이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범죄가 됐다.
[無檢시대 전문수사] 글싣는 순서
1. 빠르고 조직화된 기술 유출…기업 불안 더 커진다
2. "기술유출 수사 통찰, 기록 아닌 기억·경험에 남아"
3. "특허 전쟁, 공장 아닌 서버에서 벌어진다"
4. 금융·증권범죄 수사 '골든타임' 잡는 합수부…수사망 약화 우려
5. "사기적 부정거래 증가, 초기부터 변호사와 설계"
6. 중처법 강화되는데…경찰·노동청 수사 '컨트롤타워' 檢 공백 우려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는 특허청이 위치한 대전에 설치된 전국 유일의 특허범죄 중점 수사부서로, 전국에서 발생하는 특허·영업비밀·저작권 등 지식재산 범죄를 전담하고 있다. 현재는 조은수 부장검사와 한승훈·민은식 검사 등 3명이 관련 수사를 맡고 있다.
다음은 대전지검 특허부와 일문일답.

-디지털 기술 발전과 함께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특허·지식재산 범죄의 범위와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어떤가요?
=(조 부장검사) 정보화·디지털시대의 지식재산권은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전문적인 무형의 지적 가치를 보호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그 침해 행위의 유형과 수법 역시 매우 기술적이며 복잡하고 전문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식재산침해 범죄는 공장·창고에서 '서버·클라우드·플랫폼'으로 무대가 옮겨간 범죄입니다.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하드카피가 아닌 전자정보 형태로 기술자료를 유출하는 사건이 많고, 상표법위반 사건의 경우 온라인에서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침해가 일어나며, 저작권법 위반 사건의 경우 K-콘텐츠 불법 복제 및 유통과 관련한 일종의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보다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커머스,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의 활성화에 따라 정보 이동과 교류의 신속성 및 범위 확장성이 일어났고, 따라서 이를 이용한 지식재산권 침해 범죄도 국제적인 범위로 확대되며 피해 역시 광범위해지고 있습니다.
상표는 개인, 소규모 셀러부터 '리셀', '드랍쉬핑' 형태 등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침해행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상표·저작권의 경우 온라인 유통, 콘텐츠 플랫폼으로 '출시→복제→판매'가 수일 내에 완성되므로 침해의 속도가 빨라졌고, 판매는 국내, 서버·결제는 해외, 제작은 제3국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제 공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 사건은 일반 형사 사건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특허 등 지식재산 침해 범죄의 특성은 무엇이고, 디지털 증거가 중심이 된 상황에서 수사 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민 검사) 우선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범죄 사실 구성을 어떻게 할지 무엇을 봐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용어도 너무 낯설고 어떤 자료들을 확보해야 되는지도 모를 수 있어 처음에 수사할 때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수사 지휘, 압수수색이 매우 중요합니다. 처음 압수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이후 재판 과정에서 위법 수집 증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조 부장검사) 한 검사가 수사한 한 사건에서 150기가, 31만개 파일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파일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아야 했고 분석을 다른 곳에 맡길 경우 유출 사고가 날 수 있어 해당 지역에 방화벽을 구성한 사무실을 마련해 직접 분석해야 했습니다. 3일 동안 이 수사에만 매진하기도 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특허부는 지식재산처·문화체육부 특사경과 긴밀히 협업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수사 과정에서 특사경과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조 부장검사) 특사경들이 현장에서 단속과 기술적 분석을 하면 검찰은 수사 전반을 지휘하면서 강제수사, 증거 및 법리 판단, 기소와 공소유지 및 범죄수익에 대한 환수 등을 중점으로 담당합니다. 검찰과 특사경이 함께 협업해 지식재산 침해 사건에 대응한다고 보면 됩니다.
=(민 검사) 특사경은 기술적인 분석은 뛰어나지만 수사와 관련해서 어떤 부분들을 챙겨야 하는지, 압수수색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사실관계를 어떻게 구성해야 되는지에 대해선 경험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특히 특사경은 업무 특성 자체가 수사력이 계속해서 길러지거나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좀 있습니다. 수사에 대해서 경험이 없는 사람이 2~3년 '업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수사에 대한 통제를 굉장히 신경쓸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미국 국토안보부 등과 K-콘텐츠 보호를 위한 중요한 사건 수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요즘 K-콘텐츠 침해는 생태계가 형성돼 업로더, 광고하는 사람, 플랫폼 제공자 등이 모두 달라 종합적인 수사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어느 범위까지 공범을 할지는 법적인 판단입니다. 이런 전체적인 것들을 보면서 수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검찰과 특사경의 협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특허·지식재산 사건은 수사 단계에서 파악한 기술적 맥락이 공판 단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공판까지 직접 수행하는 구조가 왜 중요한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조 부장검사) 주요 사건에 대해 수사검사가 공판 직관(직접관여)을 담당하고 있고, 이를 통해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복잡한 기술적 쟁점에 대해 공판 과정에서 그대로 현출하고 공판의 효율화와 신속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과정이 분리된다면 수사과정에서 어렵게 습득한 기술적 이해와 판단을 공판 과정에서 다른 검사가 다시 반복을 해야 하는 비효율이 생기고, 이는 재판 절차의 지연과 공소유지의 부실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습니다.
=(민 검사) 쟁점이 복잡하거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사건 같은 경우에는 재판부에서 프레젠테이션(PPT)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안 설명을 하고 마지막 재판이 끝날 때도 사안을 정리하는 PPT를 하고 하는 경우가 다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민 검사) 경찰도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워낙 오래 경험을 쌓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경찰도 시간이 지나면 수사력이나 적법 절차를 지키는 것 부분이 더욱 올라올 여지는 있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력이 올라온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법 통제를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특사경은 업무 특성 자체가 수사력이 계속해서 길러지거나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좀 있습니다. 수사에 대해서 경험이 없는 사람이 와서 2~3년 업무를 하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수사에 대한 통제를 굉장히 신경쓸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특사경의 역할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 저작권법 위반 같은 일반적인 사건 외에 미국 국토안보부 등과 K-콘텐츠 보호를 위한 중요한 사건 수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K-콘텐츠 침해는 아예 생태계가 형성돼 업로더, 광고하는 사람, 플랫폼 제공자 등이 모두 달라 종합적인 수사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어느 범위까지 공범을 할지는 법적인 판단입니다. 이런 전체적인 것들을 보면서 수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수사 초기 단계부터 협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