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 업계 황혼기 접어들어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마두로 축출 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관리할 것"이라 선언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2024년 대선 당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휘발유 가격 인하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이 두 목표는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베네수엘라 석유가 미국 시장에 흘러들수록 미국 셰일 산업은 경제성을 잃고 투자가 얼어 붙는다.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에서는 이제 셰일이 황혼기에 진입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트럼프 에너지 정책의 치명적 딜레마이자 월가가 외면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가솔린 가격을 내리겠다는 대중적 공약으로 지지자를 결집시켰다. 유가 인상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을 상징했고, 낮은 유가는 가정과 기업의 에너지 비용 절감을 의미했다. 이는 경제 대중주의의 핵심 메시지였다.
하지만 AI 도구를 이용해 석유 섹터에 관한 방대한 자료 분석과 외신 보도를 분석한 결과 미국 셰일 산업이 높은 유가에서만 경제성을 갖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아르테미스 애널리틱스와 텍사스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주요 셰일 유전의 손익분기점은 대체로 배럴당 60달러 이상이다. 퍼미안 분지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나타났고, 이글 포드가 65달러 이상, 바켄이 55~60달러, 나이오브러라가 70달러 이상으로 파악됐다.

현재 유가는 WTI 기준 58달러 선으로,이미 많은 프로젝트가 채산성 경계선에 있고, 컬럼비아대 에너지정책연구소는 베네수엘라 석유 증산이 본격화되면 유가가 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셰일 기업들은 신규 시추를 취소하고 기존 유정 유지비만 충당하는 생존 모드로 전환한다. 더 이상 '드릴 베이비 드릴'이 아니라 '보존 모드'가 될 수 있다. 셰일 유정은 급격한 감소율 때문에 매년 신규 시추가 필요한데 현재 추정 연간 감소율은 5.5% 수준이다. 유가가 50달러대면 그런 투자는 경제성이 없다.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의 2025년 4분기 에너지 조사에서 한 응답자의 표현은 상징적이다. 미국은 이제 셰일의 황혼에 진입했다는 것. 셰일은 2008~2015년 미국 에너지 독립 시대의 상징이었다. 2000년 초 미국은 석유 순수입국이었지만, 셰일혁명이 미국을 에너지 수출국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그 황혼이 온다는 것이다.
여기서 재정 정치학의 냉혹한 계산이 드러난다. 트럼프는 수치상 명확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AI 도구를 활용한 자료 분석 결과, 셰일 산업이 고용하는 인력은 약 20만 명(관련 산업 포함 약 50만 명)으로, 미국 전체 실업인구 약 600만 명 대비 0.8%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영향받는 미국인은 약 1억4000만 가구, 즉 거의 모든 가정이다. 휘발유 1센트 인상은 연간 국가경제에 약 50억~100억 달러 손실을 의미한다.
정치인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수학적으로 명확했다. 10만 셰일 노동자의 일자리와 1억 가정의 휘발유 가격 사이에서 선택이다. 더구나 셰일 노동자들은 이미 텍사스, 뉴멕시코, 오클라호마 같은 보수 강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공화당을 지지하는 확실한 표밭이다.
2026년 중간선거 변수가 더욱 중요하다.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경합 지역의 부동층을 잡아야 하는데, 이들에게 가장 가시적인 경제 지표가 바로 주유소 가격판이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같은 스윙 스테이트 유권자들은 셰일 산업과 무관하지만, 매주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을 체감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2026년 중간선거는 자신의 정치적 레거시를 지킬 마지막 기회이며, 싼 휘발유는 가장 확실한 정치적 자산이다.

베네수엘라 석유 업계의 현실은 냉혹하다. 현재 생산량은 일일 96만 배럴로, 2006년 피크였던 310만 배럴의 3분의 1 수준이다. 인프라는 50년 된 노후 설비로 부패와 투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의미 있는 증산을 위해서는 3D 지진파 탐사에 612개월, 파이프라인과 도로 인프라 복구에 1224개월이 소요된다. 정규 법적 프레임워크 수립은 정치 불안정으로 시기조차 불명확하다. 단기적으로 운영비 기반의 추가 생산은 가능하지만 이는 수개월 내 하루 1015만 배럴 수준에 그친다. 장기 대규모 증산을 위해서는 710년과 1천억~2천억 달러 투자가 필요하다.
라이스대학교 라틴아메리카 에너지 디렉터 프란시스코 몬알디는 베네수엘라 석유가 의미 있게 증산되려면 최소 10년, 1천억 달러 이상 필요하고, 그 사이 미국 셰일은 투자 부족으로 감소한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공급은 증가하지 않고 감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취소되고 있는 미국 셰일 신규 시추의 영향은 즉각적이다. 퍼미안, 바켄, 이글 포드 지역에서 2025~2026년 신규 시추 계획이 즉시 취소되고 있으며, 이는 2027~2029년의 생산량을 이미 파괴한다는 뜻이다. 손실 규모는 일일 약 200만~300만 배럴의 잠재 생산이다.
컬럼비아대 에너지정책연구소가 지적한 공급 역설의 포인트도 바로 여기에 있다. 베네수엘라 석유의 과잉공급 환상이 실제 미래 공급을 파괴하고 있다. 시장은 3~5년 후에나 나올 배럴을 지금 가격에 반영했고, 그 결과 당장 실현 가능한 미국 셰일 투자가 중단되고 있다.
이는 2027년 이후 심각한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석유는 여전히 땅속에 있고, 미국 셰일은 이미 투자 중단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석유 공급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