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ATI… 유인 헬기 줄이고 드론 전력으로 급속 대체
한국군, LAH와 국산 무인기로 저고도 전장 '인수'
미군, MQ-9과 '아테나‑R'로 한반도 상공의 '눈과 창'을 재편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주한미군 항공전력의 '축'이던 평택 아파치 대대가 본토로 돌아가고, 그 빈자리를 한국군 LAH(경공격 헬기)·국산 무인기와 미군 MQ-9 리퍼·제트 정찰기가 나눠 채우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 전력을 재편하면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자산부터 차례로 빼내고 있는 상황이다. A-10 공격기와 아파치 공격헬기가 대표적인 감축·조정 대상이며, 그 공백을 한국군이 점점 더 떠맡는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둔 5-17 공중기병대대(5-17 ACS)는 작년 12월 15일부로 '비활성화'됐다. 2022년 창설된 이 부대는 약 500명 병력과 AH-64E 아파치 공격헬기, RQ-7B 섀도우 무인기를 운용하며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항공전력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비활성화'는 통상 부대 운용 중단·해체와 장비·병력 재배치를 뜻한다. 따라서 평택에 배치됐던 18~24대 수준의 아파치와 대대급 인력이 이미 미 본토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미 의회조사국은 공중기병대대 1곳의 비활성화가 전투력 감소(combat power reduction)인 것은 분명하지만, 곧바로 주한미군 2만8500명 규모의 공식 병력 감축과 직결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년 전 창설된 주한미군 아파치 부대 운용 중단은 주한미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 육군 전체 개혁 흐름 속 변화"라며 "병력이나 전력 감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 장관은 구체적인 사전 협의 내용과 무인기 대체 여부에 대해선 "전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연관된 사안으로 보지만, 아직은 추측만 할 수 있는 단계"라면서, 1월 6일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미군 측 설명을 직접 듣겠다고 밝혔다.
이번 아파치 헬기 비활성화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2025년 4월 30일 지시한 '육군 변혁 이니셔티브(ATI)'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ATI는 공중기병·전투항공여단 등 유인 헬기 중심 조직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드론·무인체계(UAS)로 대체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ATI에 따라, 이미 미 본토 포트 후드(현 포트 캐벌로스)와 여러 기지의 공중기병대대가 비활성화 대상에 포함돼 있다.
미 의회조사국 자료 기준, 해외 주둔 공중기병대대 가운데 이번에 비활성화 통보를 받은 곳은 평택 5-17 공중기병대대가 유일해, 한반도 전력이 ATI 조정의 '전진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5-17 공중기병대대가 문을 닫은 다음날인 12월 16일, 캠프 험프리스의 제2보병사단 전투항공여단(CAB) 내 의무후송(MEDEVAC) 부대가 구조 재편(restructured)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의 개편으로 읽힌다.
앞서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A-10 공격기를 지난해 상반기 본토로 빼갔다. A-10의 사실상 '고별 무대'는 2025년 상반기 오산기지에서 열린 '오산 에어 파워 데이즈 2025'였다. 오산기지는 5월 10~11일 A-10과 25전투비행대대의 한반도 운용 역사를 기념하는 시범비행·전시를 진행했고, 미 공군과 미7공군은 이 자리에서 2025 회계연도 말까지 A-10 24대를 단계적으로 철수해 미국 데이비스먼선 기지로 보낸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번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서 평택 캠프 험프리스 5-17 공중기병대대 아파치 전력을 '2025년 12월 15일부로 비활성화됐다'고 명시한 건, 이미 작전은 멈췄고 사실상 본토 철수가 끝났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면서 "1971년 주한 미 7사단 철수 때도 공식 기록엔 '1971년 철수'로 남아 있지만, 실제론 '닉슨독트린' 발표 이후 1970년 한 해 동안 병력과 장비를 단계적으로 빼냈고, 1971년 3월에야 국기 반납과 함께 형식적인 철수 선언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을 따를 공산이 크다"면서 "이번 캠프 험프리스 아파치 전력 역시 가을부터 장비와 짐을 차례로 정리해 12월 초순쯤 부산항 등을 통해 아파치 20여 대를 본토로 보내고, 그 결과를 연말 의회조사국 보고서에서 '비활성화'로 정리한 것으로 보는 게 군 관계자들 사이 공통된 해석"이라고 했다.

한국군은 이미 노후 500MD·AH-1S 코브라 공격헬기를 대체할 경공격헬기 LAH(미리온)를 전력화 단계로 올려놓았다. 육군 500MD 계열은 낮에는 정찰·경공격 등 경량 임무에 투입할 수 있지만, 노후 기체 특성상 야간작전 능력이 제한적이고, 주력 공격형인 500MD/TOW는 유선유도 방식 BGM-71 토우 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대전차 화력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LAH는 2015년부터 약 6500억 원 규모 예산으로 개발된 4.5톤급 헬기로, 20㎜ 기관포와 2.75인치 로켓,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천검' 계열)을 탑재해 북한 전차·장갑부대를 상대로 AH-1S 코브라, 500MD 헬기를 통합 대체하도록 설계됐다.
방위사업청과 KAI는 2022·2023년 연속 양산 계약을 체결했고, 2025년 말부터 순차 인도에 들어가 2020년대 후반까지 60~70대 수준의 LAH가 일선 부대에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배치 거점은 포천 제15항공단과 인제 제13항공단 등 육군 항공작전사 예하 항공단으로, 이들 부대에 남아 있는 500MD와 코브라가 순차적으로 퇴역하고 LAH로 교체되면서 야간작전 능력과 정밀 대전차 타격 능력이 크게 올라가게 됐다.
이천 항공작전사령부는 이미 아파치 3개 대대, 총 36대를 운용 중으로, 서해5도와 휴전선 일대 기동 타격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사단급·군단급 국산 무인정찰기 전력이 축적돼 있어, 미군이 빼는 RQ-7B 섀도우의 포병 관측·정찰 기능 상당 부분은 한국군 자체 드론·무인체계(UAS)로 대체되는 셈이며, 한국군의 LAH·아파치 2축 체제가 한반도 저고도 공격헬기 전장을 사실상 떠맡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미군은 한반도에서 저고도 공격헬기 비중을 줄이는 대신, 고고도·중장기 체공형 무인 공격·정찰자산을 늘리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전북 군산 미 공군기지에 MQ-9 리퍼를 운용하는 제431 원정정찰비행대(ERS)가 창설돼, 한반도와 서해·동중국해를 아우르는 정보·감시·정찰(ISR)과 표적 타격 능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MQ-9 리퍼는 24시간 이상 체공 가능한 중고도 장기체공(MALE)급 무인기으로, 대형 센서 포드와 정밀유도폭탄·미사일을 탑재해 북한 지휘부·지휘통제(C2) 시설과 중국 해군의 서해·동중국해 활동까지 동시에 감시·타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2020년 1월 3일, 미군은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인근에서 MQ-9 리퍼 무인기를 이용해 가셈 솔레이마니가 탑승한 차량 행렬을 정밀 타격해 즉각 사망에 이르게 했다. 당시 작전은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지휘부에 대한 미국의 '표적 제거(타깃 킬링)' 사례로, MQ-9 리퍼가 실전에서 북한의 전쟁 지휘부와 같은 고가치 표적(HVT)을 제거하는 대표적 플랫폼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육군 정찰 분야에서는 RC-12 가드레일(Guardrail) 등과 같은 프로펠러 기반 노후 정찰기들이 지난해 가을 한반도에서 빠져나간 뒤, BD-700 아테나‑R 비즈니스 제트 기반 고성능 정찰기가 오키나와–평택 구간을 오가며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일본·한국 언론을 통해 잇따르고 있어, 평택 상공의 '눈과 귀'는 제트기와 드론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결국, 주한미군 전체 병력은 약 2만8500명 수준을 유지하되, 평택의 약 500명 규모의 5-17 공중기병대대는 빠지고, 그 대신 군산 MQ-9 리퍼 부대 창설과 향후 BD-700급 제트정찰기와 인력의 상시 배치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은 아파치 36대를 유지·운용하는 가운데 2020년대 후반까지 500MD·코브라 60여 대를 LAH로 갈아타고, 사단·군단급 국산 UAV 전력을 늘리면서 전장의 정찰·표적획득 능력을 독자적으로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반도 저고도 전장은 한국군 유인헬기와 국산 UAV가 담당하고, 고고도·장거리 ISR·정밀타격은 미군 MQ-9 리퍼와 '아테나‑R' 같은 제트 정찰기가 맡는 역할 분담 체제가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