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학형 조합장 "적토마의 기운으로 죽변항을 살찌우자"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붉은 말의 해' 경오년 새해 첫날 새벽 7시. 죽변 앞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아스라한 수평선이 진홍빛으로 붉다. 경오년 새해가 부상(扶桑)을 박차고 금세라도 불쑥 솟아오를 듯 바다와 하늘이 온통 붉다. 이글거리는 장작불같다.
2026년 새해 첫날,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면서 귀를 에이는 듯 바람이 매섭다. 여명이 채 걷히지도 않은 죽변항 위판장이 왁자하다.

죽변항은 경북 울진의 북쪽 관문이자 동해안 최고의 어업전진기지이다.
지난 2024년 새롭게 단장한 '울진죽변수협종합유통센터' 앞 광장에 잘 차려진 제상이 놓여 있다.
어업인들이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위판장을 가득 메우며 새해 인사를 나눈다. 사람들의 얼굴에 새해를 맞는 설렘과 함께 엄숙함이 깃들어 있다.
사회자가 경오년 한 해 죽변항의 풍어와 어업인들의 안녕과 건강한 유통 질서를 기원하는 '초매식(初賣式)' 시작을 알린다.
죽변항을 무대로 치열한 삶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울진죽변수협 위판장에 붉은 팥으로 지은 시루떡판과 잘생긴 돼지머리와 문어, 대게 등 싱싱한 어물로 풍성한 젯상이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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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매식은 풍어와 안전조업·위판을 기원하는 '유통 의례'
초매식은 의미 그대로 '그 해 첫날에 잡은 고기를 처음 공개 위판(경매)에 붙이는 의식'이다.
죽변항을 삶의 무대로 살아가는 어업인들의 집합체인 울진죽변수협이 중매인협회와 함께 치르는 유통 의례이다. 죽변항을 관장하고 죽변항을 생명의 터전으로 삶을 일궈 온 어민들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는 '해산물 유통 의례'인 셈이다.
동해 연안 울진지방에는 풍어를 기원하는 의례가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동해안 별신굿과 영등제, 뱃고사, 초매식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별신굿과 영등은 죽변 지방을 비롯한 동해 연안의 대표적 민속이자 해사(海事, 바다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풍어제의(豊漁祭儀)이다.
별신과 영등, 뱃고사가 1차적 생산 담당자인 어민들이 주도하는 풍어제의라면 초매식은 '수협 주도 의례'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초매식은 수산물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수협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매인'들이 주도적으로 치르는 '수산물 유통 의례'이다. 물론 한 해의 풍어와 안전 조업을 기원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이날 초매식은 울진죽변수협 조학형 조합장의 초헌례(初獻禮)로 시작됐다. 초매식의 절차는 유교 제의와 민간 제의가 섞여 있는 형태다. 상차림 또한 유교식 진설에 따른다는 점에서 다분히 유교 제의에 가까우며, 상 위에 돼지 머리가 오른다는 점에서는 다분히 무속적이다.
울진죽변수협 소속 자망협회, 통발협회 등 어업별 어업인들과 선주, 중매인, 수협 이사와 대의원, 어촌계장,직원, 울진군청 수산과 직원, 지역 사회 단체들이 차례로 재배를 하며 풍어와 어민들의 안전을 기원했다.

손병복 울진 군수도 이날 초매식에 참석해 어인들의 안녕과 죽변항의 풍어를 기원했다.
장유덕 울진 군의원도 새해 인사와 함께 울진죽변수협과 어업인, 죽변항의 발전을 염원했다.
초매식 의례는 조학형 조합장과 임병오 판매과장 등 수협 직원들이 고사상에 차려진 제물(祭物)을 한지에 싸서 죽변 앞바다에 던지는 '용 밥드리기 의례'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이어 첫 경매가 진행되는 초매식 공개 위판으로 이어졌다.

◇ "초매식 잘 치러야 바다 풍년 들어"
새해 첫날 새벽에 치루는 초매식 첫 경매가 순조로워야 풍어가 든다고 어부들은 믿는다.
이날 초매식 첫 경매에는 싱싱하고 잘 생긴 오징어, 울진대게, 문어, 대구, 복어가 올랐다.
모두 죽변항을 살찌우고 어업인들의 생계를 꾸려주는 주요 어종들이다.
특히 '울진대게'는 대한민국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은 죽변항의 특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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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매식 의례가 끝나자 조학형 수협장이 '종을 세 번 치는' 타종식으로 올해의 첫 경매를 알렸다.
노란 번호를 새긴 모자를 눌러 쓴 중매인들이 앞다투어 경매장 앞으로 달려왔다.
초매식 첫 경매에서 오징어는 한 상자(스무 마리)에 30만 원, 울진대게는 25만 원, 문어는 15만 원에 낙찰됐다.
오징어와 울진대게, 문어 등 초매식에 오른 고기가 고가에 낙찰되자 어업인들은 박수를 치며 풍어를 기원했다.
2026년 새해 첫 경매는 조학형 수협장, 이영완 수협 수석이사, 황금식 수협 대의원협의회장, 방학수 어촌계연합회장, 허인태 수협 상임이사 순으로 주도, 진행됐다.
초매식 의례가 마무리되는 순간, 경오년 새해 첫 해가 푸르고 명징한 죽변 앞바다를 박차고 불끈 속아올랐다.
죽변항을 지키는 어민들의 그물을 당기는 힘찬 팔뚝 위로, 어민들의 가슴을 데우는 화톳불 위로 경오년 붉은 장엄이 만선의 꿈을 꾸며 출항을 서두르는 죽변항 대게 자망 어선 위로 여명을 밀며 둥실 떠올랐다.
금세 죽변항을 가득 메운 어선들과 죽변수협 위판장 안으로 붉고 힘찬 경오년 첫 해의 서기가 가득 밀려왔다.
조학형 조합장은 "올 경오년 한 해도 죽변 앞바다를 박차고 솟아오른 붉은 해처럼 우리 울진죽변수협 조합원들과 어업인, 죽변항을 가꾸며 살아가는 주민 모두에게 건강과 행운이 넘치길 기원드린다"며 "경오년 적토마의 기운으로 죽변항을 살찌우자"고 말했다.
nulche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