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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은 뒷전, 수주는 독점"… 다원시스가 비웃은 철도 입찰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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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 지연 2년 넘긴 다원시스, 선급금 유용까지 드러나
"선급금·입찰 제도 개선해야"...정책 당국도 전방위 압박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가 ′ITX-마음′ 철도차량 납품 지연 사태를 일으킨 차량 제작업체 다원시스를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 차원의 감사에 이어 형사 대응까지 예고한 가운데, 선급금의 목적 외 사용과 미납 물량 누적은 물론 입찰 구조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다원시스 ITX-마음 납품 계약 및 미납 현황 [자료=AI 제작]

◆ 다원시스 잇단 납품 지연에도 …"3차 계약은 뭘 믿고"

26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코레일은 ITX-마음 신규 차량 도입을 위해 다원시스와 총 세 차례에 걸쳐 474량, 약 9149억 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18~2019년에 체결된 1·2차 계약 물량의 61%가 납품 기한을 2년 이상 넘기고도 아직 납품되지 않은 상태다.

1차 계약(150량) 가운데 30량, 2차 계약(208량) 가운데 188량이 각각 미납됐다. 다원시스는 공급망 문제로 한동안 작업을 중단했다가, 약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뒤 한 달 전부터 생산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납품 지연의 원인은 초기 계약 단계부터 이미 누적돼 왔다는 지적이다. 다원시스는 2018년 최초 계약 체결 당시 시속 150㎞급 전기동차 제작 경험이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제작 과정에서 ▲기본·상세 설계 제출 지연 ▲도면 및 기술자료 불일치 ▲부품 수급 차질 ▲시운전 일정 지연 등이 반복되면서, 납품 전체 일정은 최초 계획 대비 총 8차례나 변경됐다.

우여곡절 끝에 납품된 객차에서도 하자가 확인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코레일은 공차 기준 190톤으로 제작할 것을 요구했지만, 실측 결과 제작사의 중량 계산 오류 등으로 기준치를 약 15톤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향후 25년간 약 11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노후 차량 대체 지연에 따른 정비비 53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차 계약이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코레일이 지난해 2429억원 규모로 116칸을 추가 계약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3차 계약(116량)은 체결 후 1년 6개월이 지났음에도 올해 10월 말까지 차량 제작을 위한 사전 설계조차 완료되지 않아, 추가 납품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정래 코레일 직무대행은 "납품 지연과 관련해 지체상금을 부과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차량 중량은 철도기술기준상 적합하지만, 입석 운영 등으로 인한 영업 손실이 발생해 손해배상 청구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질타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납품이 지연됐는데도 선급금의 61%를 지급한 상태라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정부 기관들이 사기당한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선순 다원시스 대표는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약 4000억 원을 투입해 자금을 마련하고, 미납 객차는 2027년 6월까지 100% 납품하겠다"고 해명했다.

◆ 납품 지연, 지체상금으로는 한계…'이행 성실도' 평가 필요

정부도 이번 사태에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국정감사 지적 이후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이달까지 납품 지연 전반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과정에서 선급금 집행 방식의 문제도 드러났다. 국토부는 1·2차 계약 선급금 일부가 ITX-마음 제작과 무관한 일반 전동차 부품 구매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사기 혐의로 다원시스를 고발했다. 계약 법령상 선급금은 해당 계약 이행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또한 2차 계약 선급금 2457억원 중 1059억원 상당이 1차 계약 차량 제작에 전용된 정황도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를 계약 목적 외 사용으로 판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원시스에 대한 수사의뢰와 함께, 코레일과 다원시스 간 계약 관리 전반에 대한 감사도 신속히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선급금 지급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의 계약예규인 '정부입찰·계약 집행기준'은 계약금액의 최대 70%까지 선급금 지급을 허용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선급금은 20%를 넘기지 않거나, 필요 시 승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해당 예규는 기획재정부 소관이라 선급금 상한을 낮추려면 국토부와 기재부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김민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계약에서 선급금은 기업의 초기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출발하게 하는 중요한 장치이지만, 선급금을 과도하게 지급하거나 사후 통제가 미흡하면 오히려 납품 지연·집행 목적 외 사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입찰 구조에 대한 비판도 잇따른다. 국내 철도차량 입찰은 기술·가격 경쟁입찰 방식을 따른다. 기술평가 85점 이상 업체 중 최저가 제시자가 낙찰받는 형태다. 기술평가의 변별력이 약해 결과적으로 최저가 위주의 낙찰 관행이 굳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훈 한국조달연구원 연구실장은 "차량은 독과점, 부품은 영세업체 중심의 구조적 특수성 탓에 자생적 발전이 어렵다"며 "정책 당국과 공공부문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과도하고 반복적인 납품 지연 업체를 제한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도 맹점으로 꼽힌다. 국가계약법상 입찰 참가 제한(부정당업자 제재)은 법령에 명시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납품 지연이 제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고의성이나 중대한 계약 위반이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

단순 지연이나 공정 차질, 자금난 등을 이유로 한 반복적 납품 지연의 경우 대부분 지체상금 부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후 같은 업체가 다시 입찰에 참여하는 데에는 제도적 제약이 거의 없는 구조다. 사전 단계에서 납품 능력을 걸러낼 장치도 부족해 실제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 현재 국토부가 경찰에 다원시스를 대상으로 사기죄 수사를 의뢰한 것처럼 개별 대응이 최선인 실정이다.

한 철도업계 종사자는 "사후적으로 지체상금이나 소송에 의존하기보다 입찰 단계에서 과거 계약 이행 성실도와 납품 일정 준수 여부를 평가 요소로 포함하거나, 일정 횟수 이상의 지연 이력이 있는 업체에 대해 가중 감점이나 제한을 둘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실무도 더욱 원활할 것"이라며 "제도의 본래 목적과 부작용을 균형 있게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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