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2026년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혐오 현수막과 관련한 조치를 주문하면서, 현실적인 규제가 가능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만 '혐오 표현'이라는 기준의 모호함 때문에 관련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혐오 표현이 담긴 정당, 정치 현수막 등을 두고 "행정적 틈새를 이용해 온 사회를 수치스럽게 만드는 일"이라며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자, 권한·권리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지난 11월 옥외광고물 금지광고물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지광고물의 적용범위와 예시 등을 구체화시켜 안내하고 있다.
판단 기준을 보면 '전체적인 의미·내용 뿐만 아니라, 부정적 의미가 아니어도 금지하는 단어, 문구를 사용하거나 특정 맥락과 사용되는 지역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도 적용 대상'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금지 유형일 경우 제거 등 시정을 명령할 수 있다. 제한 유형일 경우에는 시정명령을 하고 게시행위 중지 후 법적 판단을 구하는 등 조치를 취하게 된다. 행안부는 내년에 정당 현수막에 대한 특례 폐지와 관리 지침도 마련할 계획이다.

시민들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많다. 20대 직장인 A씨는 "어느 순간부터 심한 비속어가 적힌 현수막이 많아졌는데 볼때마다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며 "실질적으로 현수막을 철거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단속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포털 사이트에 정당 현수막 관련 단어를 검색하면 "아이들이 볼까 겁난다",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22년 개정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면서 정당 현수막은 별도 신고와 허가, 금지 등 제한 없이 현수막을 설치하게 됐다. 하지만, 불쾌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거세지면서 지난달 27일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정당 현수막도 관리와 규제를 받게 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다만 야당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소수 정당들의 정책 홍보가 제한된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전문가는 '혐오 현수막'이 공공장소에 걸리는 만큼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피해를 주는 것은 자유의 영역이 아니라는 기준에서 판단하면 된다"며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하수구'가 필요하지만 그건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져야지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시켜도 실질적인 규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 학부 교수는 "혐오나 차별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고 표현의 자유 문제도 얽혀 있어 어떤 규제든 작동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법으로 금지하고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세울수록 (표현의 자유 등) 이면의 가치가 손상 받기 쉽다"고 우려했다.
gdy1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