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관투자자에 AI 거품 반박 자료 발송
감가상각 기간·현금흐름·순환금융 논란 반박
손정의 지분 매각 내부거래 부인, SEC도 준수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AI(인공지능) 투자 과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AI 거품론'을 정면 반박하는 공식 자료를 배포하며 이례적인 대응에 나섰다. 글로벌 유명 투자자 마이클 버리, 소프트뱅크, 스코피온 캐피털 등에서 제기한 'AI 버블' 논리를 직접 반박한 형태다.
24일 뉴스핌이 국내 대형 증권사를 통해 입수한 엔디비아의 공식 설명 자료에는 최근 AI 거품론을 둘러싼 핵심 의혹별 주장과 반박 내용을 담았다.
엔비디아가 이처럼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AI 스타트업의 실적 부진과 감가상각 문제를 두고 '순환금융 구조'라는 지적이 확산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GPU 수명이 실제보다 짧게 반영돼 있고, 빅테크와 벤처캐피털이 자금을 돌리며 AI 붐을 만들고 있다"는 견해가 잔존해 왔다. 이와 함께 SEC가 감가상각 기준 점검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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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환금융·수익성 부풀리기 아냐…AI는 초기 성장 단계"
엔비디아는 GPU 매출의 주요 재원이 AI 스타트업 투자에서 나온다는 시각에 대해 "AI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Q3 기준 전사 매출의 7%, YTD 기준 3% 수준에 불과하며 대다수 기업은 제3자 자금조달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투자는 장기자산·시장성증권 등으로 회계 처리됐고, 분기 보고서(10-Q)에 모두 기재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AI 기업의 수익화 지연 논란에 대해서는 "AI는 초기 기술 전환 단계이며 TAM(총주소가능시장)은 17조~26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반박했다. MIT 연구에서 AI 기업의 95%가 2년 내 ROI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도, 엔비디아는 "초기 기술 기업은 ROI가 아니라 성장을 기준으로 가치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3분기 자유현금흐름(FCF) 축소를 지적한 마이클 버리의 분석도 수치가 잘못됐다고 정정했다. 해당 주장에서는 3분기 FCF를 145억달러, 순이익을 193억달러로 인용했지만 실제 엔비디아의 FCF는 238억달러, 순이익은 319억달러로 기록됐다. 엔비디아는 2018년 이후 자유현금흐름 대비 순이익 비율이 평균 98% 수준을 유지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현금흐름의 질은 양호하고 회계 기준을 훼손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고 증가율(+32%)을 수요 둔화로 해석하는 주장에도 반박이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GPU는 '선 생산 후 수요 발생' 방식으로 공급망을 사전 구축해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Q4 매출 가이던스가 전분기 대비 8조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생산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고에는 완제품뿐 아니라 원재료 및 공정 중 제품까지 포함돼 있어 단순 판매량과 연결지어 해석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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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U는 소모품 아니다…감가상각 기간 4~6년이 글로벌 평균"
가장 핵심이 된 논쟁은 GPU 감가상각 기간이었다. AI 버블론에서 주요 근거로 제시됐던 "GPU는 실제로 2~3년만 쓰고 폐기된다"는 주장에 대해 엔비디아는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제 회계 기준을 공개하면서 정면 반박했다.
구글은 서버·네트워크 장비 감가상각 기간을 6년, 아마존은 5년, 메타는 4~5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장비 종류에 따라 2~6년, 오라클은 1~6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냉각·전력 설비 등 'Mechanical & Electrical' 자산은 통상 3~12년, 건물·토지 등은 7~40년까지 감가상각 기간이 잡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GPU의 기대 수명이 기존 예상보다 길었다는 근거를 들어 감가상각 기간을 연장하는 회계 조정(Useful Life Extension)까지 진행한 사례도 제시됐다.
이는 GPU가 단기 소모품이 아니라는 점을 회계적으로 입증한 사례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2020년 출시한 A100 등 이전 세대 GPU도 여전히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단기 회수 모델이 아니라 기간관리형 CAPEX 구조로 보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과거 엔론·월드컴 등 회계사기 사례에 엔비디아를 빗댄 주장에도 반박이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SPV(특수목적법인) 활용이나 벤더 파이낸싱은 존재하지 않으며, 부외거래 역시 없다"고 설명했다. 매출채권 회수기간(DSO)이 늘었다는 주장에도 "Q3 DSO는 53일로 과거 평균 52일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한 AI와 비트코인 가격의 동조화가 AI 붕괴 신호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암호화폐와 AI 산업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고, 회계 이슈와 연결 짓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SEC 조사 가능성 역시 "공식 통보된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페이팔 창업자 피터틸이 운영하는 헤지펀드 틸매크로는 최근 엔비디아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불거진 내부자 매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엔비디아는 "그들(손정의, 피터틸)은 회사 내부자가 아니며 개인의 투자 결정일 뿐"이라고 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가 임박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어떠한 조사 통보도 받은 바 없으며 미국 금융당국의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onewa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