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564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국내 영화관 개봉작 중 최대 흥행작이 됐다. 올해 '좀비딸'과 'F1: 더 무비'까지 단 세 편만 500만 돌파에 성공한 가운데, 일본 애니메이션이 영화계 중심 장르로 자리잡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지난 22일 563만 8737명을 넘어서며 '좀비딸'의 기록을 넘었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개봉해 무려 3개월이 넘게 흥행하며 국내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연말까지 '좀비딸'이 다시 반등하지 않는 한 올해 극장에서 가장 사랑받은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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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한 장면. [사진=CJ ENM] |
특히 '귀멸의 칼날'의 기록은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연간 전체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쓰게 될 전망이다. 2010년 '아바타', 2011년 '트랜스포머 3', 2021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등 실사 외화가 연간 최고 흥행작이 된 적은 있었지만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는 사상 최초다.
'귀멸의 칼날' 흥행은 4DX, 아이맥스, 돌비시네마 등 특별관 관람 관객 비율이 도드라진다. 전체 관람객의 약 19%인 106만 명이 특별관에서 영화를 관람했으며 뛰어난 작화 퀄리티와 액션 스케일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포맷의 N차 관람 열풍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개봉 후 주차별로 새롭게 바뀌는 현장 증정 굿즈, 이벤트들이 이어지며 14주차 장기 상영에도 높은 좌석 판매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실사 영화보다 흥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쉽게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귀멸의 칼날' 이번 극장판은 일본에선 누적관객수 2600만명을 넘겼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1063억엔이 넘는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하며 대흥행했다.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흥행 애니메이션 IP가 국내 시장에서도 저력을 발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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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한 장면. [사진=CJ ENM] |
영화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영화 시장이 주춤한 최근 들어 더욱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의 흥행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부터 한국인인 장성호 감독의 작품 '킹 오브 킹스'가 북미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한 사례가 쌓이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통하는 애니메이션의 힘이 확고하다는 평가다.
동시에 국내에선 애니메이션 제작과 흥행의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국 제작 애니메이션은 지난 2011년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규모에서도 비교가 안되지만, 무려 14년 동안이나 이 작품을 뛰어넘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높은 인기와 다양한 창작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들의 유명세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중심 장르로 자리잡는 분위기가 확고하다. 2023년 '스즈메의 문단속'이 558만 명을 기록한 것이 흥행 성적으론 두 번째, 같은 해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490만 명의 국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귀멸의 칼날' 이후 또 다른 일본의 흥행 애니메이션이 국내 1000만 관객을 바라보는 일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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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뉴스핌DB] |
영화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흥행작이 급감한 상황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습에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한국은 늘 실사 영화가 사랑받았고, 일본은 애니메이션이 흥행을 주도해왔다. 한국과 일본의 영화 제작 사정과 시장이 확연하게 다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이 제대로 안된지가 오래됐다. 투자를 받으려면 미국이나 해외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본 애니메이션은 충성도 높은 원작팬층과 탄탄한 마니아들이 형성돼있다. 영화판에서도 새로운 주류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고 했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