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고조된 중·일 갈등이 K팝 시장으로 번졌다. 중국 정부의 '한일령(중국의 일본 교류 제한)'이 확산되면서 한중일 문화장관회의가 전격 취소된 가운데 다국적 그룹으로 구성된 K팝 아티스트들까지 애먼 피해를 입고 있다.
◆ JO1, 中 광저우 팬미팅 돌연 취소…에스파, 日 출연 반대 청원
이번 중·일 관계는 이달 7일 다카이치 총리가 중위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하며 악화됐다. 일본 현직 총리가 공식적으로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이후 중국 정부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갈등이 고조됐다.
이러한 갈등 속 화살은 다국적 인원으로 구성된 K팝 아티스트에게 꽂혔다. 지난 19일 홍콩 성도일보·중국신문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음원 플랫폼 QQ뮤직은 지난 17일 한·일 합작 보이그룹 JO1의 광저우 팬 파티(팬미팅)을 돌연 취소했다.
![]() |
| 걸그룹 에스파. 왼쪽부터 지젤, 윈터, 닝닝, 카리나. [사진=뉴스핌DB] |
JO1의 행사는 오는 28일 중국 광저우 ICC 환마오톈디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QQ뮤직은 "불가항적인 이유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같은 날 예정됐던 VIP 멤버 전용 이벤트도 함께 취소됐다.
JO1은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1을 통해 2020년 데뷔한 11인조 보이그룹으로, 국내 CJ ENM와 일본 요시모토흥업이 한일합작으로 설립한 그룹이다보니 이러한 조치를 대일 제재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일 합작 그룹의 행사를 불가항적인 이유로 취소한 반면, 일본에서는 중국인 멤버 닝닝이 포함된 걸그룹 에스파가 피해를 입고 있다. 에스파는 오는 12월 일본 NHK 연말 특집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예정이었으나, 지난 17일 글로벌 청원 플랫폼 체인지를 통해 "출연을 막아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온 상태이다.
해당 청원인은 "홍백가합전은 일본의 중요한 공식 행사"라며 "역사의식이 부족한 언행을 용인하면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에 손상을 줄 뿐만 아니라 히로시마 원폭 피해에 상처를 줄 것"이라며 출연정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출연 정지 청원은 닝닝이 2022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조명 사진이 이유가 됐다. 닝닝이 올린 조명이 원자폭탄 '버섯구름'은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한 차례 비판을 샀다. 그리고 이번 중·일 갈등으로 인해 닝닝의 과거 행보가 다시 공격대상이 됐다.
![]() |
| [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걸그룹 에스파(aespa). 카리나, 지젤, 닝닝 윈터(왼쪽부터 시계방향) . 2025.06.19 ryuchan0925@newspim.com |
이러한 이유로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을 정지해달라는 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5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 20일 기준 8만 명을 돌파했다. 이에 홍콩 성도일보는 "에스파가 이번 갈등의 최대 문화계 피해자로 떠올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에스파는 내년 4월 일본의 중심인 도쿄돔과 교세라돔에서 회당 5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는 대형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청원에 대한 NHK의 조치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 다국적으로 이뤄진 K팝 그룹…"정치·사회적 이슈로 피해 받기 쉬워"
정치, 사회적으로 국가 간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피해를 입는 것이 바로 연예계이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한국 문화콘텐츠 제한령)'을 발동하면서 우리 문화콘텐츠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2016년 이후부터 K팝 아티스트들의 중국 공연은 전무했다.
중국 내에서 무려 7년 동안 K팝 아티스트들의 대형 공연은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팬들과 아티스트가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팬 사인회 일정만 가능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일 갈등으로 또 다시 연예계가 애먼 피해를 입고 있다.
![]() |
|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한일 합작 보이그룹 JO1. [사진=라포네엔터테인먼트] 2025.11.21 alice09@newspim.com |
K팝 그룹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다국적 인원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는 각국의 팬덤 형성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 때문에 다국적 멤버는 엔터업계의 필수조건으로 자리매김했다. 에스파의 경우 중국인 멤버 닝닝과 일본인 멤버 지젤이 속해있고, NCT 드림에도 중국인 런쥔·천러가 있다. 또한 중국 내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트와이스의 경우 일본인 멤버가 3명이 속해 있다. 이외에도 다국적 K팝 그룹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다국적 그룹, 현지화 그룹 등으로 K팝의 시스템을 넓혀가고 있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일령까지 터지면서 엔터업계 역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K팝 그룹은 해외시장 공략으로 인해 다국적 멤버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K팝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그룹 런칭 시점부터 해당 국적의 멤버들을 최대한 넣으려고 하는 것도 이때문"이라며 "그런데 이러한 다국적 그룹 구성이 정치·사회적 이슈로 피해를 받을 때가 많다. 이번 중일 갈등도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이번에는 중국, 일본의 갈등이기 때문에 중국 멤버가 속한 K팝 그룹은 일본에서, 반대로 일본 멤버가 속한 K팝 그룹은 중국에서 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의 경우 한한령으로 인해 K팝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서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한일령까지 더해져 팬 사인회 등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스케줄 잡기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라면서 "어느 한 쪽의 시장도 포기할 수가 없다보니 중일 갈등이 완화될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