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여도 높지만 안보 우려도 확대
각국 심사 강화 속 국내 제도 보완 요구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최근 주요국이 외국인투자를 경제안보 과제로 인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자 우리나라도 이에 맞는 심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국인투자 유치 확대와 안보 고려가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0일 '최근 외투기업 수출입과 주요국 외국인투자 심사 동향' 보고서를 내고 외투기업 수출 기여와 안보 중심 심사 강화 흐름을 함께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만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보유한 외투기업은 2531개로 전체 수출기업의 6.4%에 그쳤다. 그러나 이 기업들의 수출액은 999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15.2%에 달했다. 기업 수는 적지만 수출 기여가 큰 구조가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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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무역협회 전경 [사진=무역협회] |
투자국별 수출액은 미국계 기업이 211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일본 기업이 142억 달러, 싱가포르가 107억7000만 달러, 호주가 91억3000만 달러, 영국이 70억2000만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투자국별 외투기업 수는 일본 기업이 648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 311개, 중국 274개, 독일 112개, 홍콩 83개가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외투기업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소재와 부품과 장비 분야에서도 뚜렷한 역할을 했다며 사례를 제시했다. 독일계 머크는 '포토레지스트' 생산 기반을 세워 수입대체에 힘을 보탰다. 네덜란드계 굴드펌프는 원심펌프 국산 생산을 늘려 수출 확대에 기여했다. 일본계 니프코 코리아는 자동차 부품 국산화에 나서고 국내 완성차와 제3국 동반 진출을 진행했다.
보고서는 외국인투자를 경제안보 관점으로 다루는 국제 흐름도 강조했다. 주요국은 공급망과 산업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외국인투자 심사 조직을 강화하는 추세다. 심사 기준도 기존의 국가이익 중심에서 국가안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등은 이미 허가된 투자라도 국가안보상 필요하면 재심사를 거쳐 지분 매각 같은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미국은 재무부 장관이 이끄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를 운용하고 영국도 투자안보국을 내각부와 총리실 산하에 두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안보 요인도 함께 따지는 구조를 구축했다.
주요국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은 2020년 중국계 기업 '베이징스지'에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지분 매각을 명령했다. 영국은 2022년 중국계 지분이 많은 넥스페리아에 웨일즈 반도체 기업 지분을 내놓도록 했다. 캐나다는 2025년 중국 CCTV 기업 하이크비전의 현지 영업을 중단하고 청산을 요구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령을 고쳐 안보 위해 우려가 있는 투자는 외국인투자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주식 양도 명령도 가능해졌다. 다만 외국인투자 사전심사와 사후 관리 체계를 더 촘촘히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외국인이 다른 외투기업 지분을 사들여 통제권을 확보하는 간접투자를 심사 대상으로 포함하는 법안이 두 차례 발의됐지만 아직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희철 무역진흥본부장은 "넥스페리아 사례에서 보듯 외국인투자는 공급망과 국가안보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유치와 경제안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심사 체계의 완결성과 경험 축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