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이 더 깊은 감동으로 돌아왔다. 미국 토니상 6관왕으로 한층 높아진 공연의 명성이 더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고, 웃고 울린다.
제78회 토니 어워즈 6관왕을 비롯한 각종 브로드웨이 주요 시상식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입증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계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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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사진=NHN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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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사진=NHN링크] |
'어쩌면 해피엔딩'은 2044년을 배경으로 인간들을 돕기 위해 탄생된 '헬퍼봇' 올리버(전성우)와 클레어(박지연)가 낡은 헬퍼봇 아파트에서 살던 중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전 주인을 그리워하는 올리버와 제주도에서 반딧불이를 보고 싶은 클레어는 우연히 친구가 되고 함께 서로가 원하는 것을 찾아 여정을 떠난다.
올리버와 클레어는 인간을 돕는 목적으로 세상에 나와, 쓰임을 다해 버려진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올리버는 전 주인 제임스와 재회를 꿈꾸고, 클레어는 반딧불이를 직접 보겠다는 소소한 바람을 갖고 있다. 전 주인과 진심을 나눴던 올리버와 달리, 클레어는 과거 경험에 의존에 사랑을 의심하고 올리버에게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약속하자"고 제안한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랑을 의심하고,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결국은 사랑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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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사진=NHN링크] |
특히 사랑을 느낄 수 없게 설계된 로봇 설정은 마치 사랑을 몰랐던 어린 아이가 사랑을 알게 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또 언젠가 멈춰버릴 로봇의 운명은 수명이 다하는 인간의 삶이나 이별의 상황을 맞이하는 이들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모든 사랑의 형태와 과정을 로봇 설정으로 인해 한 공연 안에 넣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다채롭고 새롭게 느껴진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역시 350석에서 550석으로 극장의 규모를 키운 만큼 확장된 관객 소구력이다. 공연팬들은 모두 알고 있던 '웰메이드' 뮤지컬이었지만, 다양한 연령층의 일반 관객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번 시즌 공연에선 이전보다 더 늘어난 남성, 중장년 관객들이 객석을 채웠다.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극본상, 작곡작사상 등을 수상한 만큼, 박천휴, 윌 애런슨 콤비의 아름다운 음악과 스토리는 여전하다. '끝까지 끝은 아니야' '사랑이란' 등의 넘버를 만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가장 인간다운 로봇들의 일상과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극 막바지에 세상의 모두에게 적용될 듯한 사랑과 이별을 담은 깊은 표현을 보며, 배우들도, 관객들도 눈물바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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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사진=NHN링크] |
결말 역시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연기하는 배우와 보는 이의 해석에 따라 다양한 여지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전 시즌에서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 로봇들의 마지막을 만난 사람들도, 이번 시즌에서 완전히 다른 결말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누군가에겐 해피엔딩일지라도, 누군가에겐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다채로운 매력을 배가시킨다.
손지은 연출은 "더 넓어진 무대에 새로운 시선과 해석을 더함과 동시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관객의 공감과 감동을 끌어낼 예정"이라고 연출 방향을 설명한 바 있다. 한층 확장된 매력의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된 '어쩌면 해피엔딩'은 내년 일본, 대만 공연을 추진 중이다. 성사된다면 브로드웨이 버전과는 달리 한국어 버전 공연으로 해외로 진출할 예정이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힘이 일본과 대만을 거쳐 아시아 전체로 확장될 지 주목된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