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병원 핫라인 이미 존재해
응급의료체계 개선 내용 빠져
인력·장비·배후 진료 개선부터
소방노조, 환자 수용 의무 촉구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 내년 5월 실시되는 가운데, 실효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은 재난 상황에서 응급의료기관과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 구급대 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전용 수신전화번호 개설 및 운영이 핵심인데, 이미 서로 간 핫라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응급실 뺑뺑이를 방지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을 의결했다.
◆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내년 5월부터…119-병원 핫라인 '의무화'
복지부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올해 초부터 응급의료자원정보시스템(EMRIS)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병상 사용 가능 여부, 의료 장비 가동 상태, 중증질환 수용 여부 등 의료 자원의 실시간 정보를 1분 이내에 국립중앙의료원 내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전송한다. 119 구급대와 의료진은 이를 보고 적절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EMRIS가 있어도 응급실 뺑뺑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EMRIS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송되지만, 실제 현장과 병원 수용 가능 상태가 즉각적으로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119 구급대는 일일이 병원에 전화해 수용 가능 여부를 물어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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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5 sdk1991@newspim.com |
국회는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을 마련했다. 응급의료기관은 재난 상황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 구급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전용 수신전화번호를 개설·운영해야 한다.
응급의료기관 중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관의 장은 응급의료 전용회선의 상시 운영을 위해 담당 부서를 지정하거나 담당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복지부 장관은 응급의료 전용 회선 개설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아울러 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응급의료기관의 시설, 인력, 장비 등 운영 상황과 수용 능력 확인에 필요한 사항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통보하도록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이를 응급의료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
◆ 구조적 문제 해결 '역부족'…인력·장비·배후 진료 체계 무방비
법안 시행을 7개월 앞둔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119 구급대와 의료기관 간 소통할 수 있는 연락망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잘못된 법안은 아니지만, 지금도 보통의 응급의료기관에서는 이미 운영하고 있다"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공노총 소방노조)도 "가장 시급한 실질적인 응급의료체계 개선 내용이 빠져있다"며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역부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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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 구급차 [사진=뉴스핌 DB] |
전문가들은 응급실 뺑뺑이 원인으로 응급의학과 인력 부족, 배후진료 붕괴, 사전 문의 제도를 꼽고 있다. 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이 없거나 응급 처치 후 환자 상태에 맞는 후속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배후 진료 체계가 부족한 문제도 원인이지만 응급실 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보강해야 한다"며 "한국은 119 구급대나 의료 인력이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적은 수준"이라고 했다.
공노총 소방노조는 응급환자 이송 병원을 119구급대 또는 구급상황센터가 직접 선정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정된 병원이 반드시 환자를 수용해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노총 소방노조는 "응급실은 병원이 받을지 말지 선택하는 서비스 창구가 아니라 국민 생명의 보루"라며 "지금의 법은 국민이 위급한 순간 병원의 사정과 행정 절차 속에서 방치되는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