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환자 떠나…수익성 악화
지방의료원 35곳 중 29곳 적자에 허덕
국립대 병원·지방의료원 잇는 체계 갖춰야
교육부 소관 국립대 병원 복지부 이관 필요성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전국 35곳 지방의료원 중 29곳이 적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료기관 인력 공유제' 도입 필요성이 대두된다.
의료기관 인력공유제는 의료기관 간 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인력 협력·공유 제도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중심이 돼 제도 설계를 진행 중이다.
23일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지역·필수·공공의료(지필공)' 회복을 위해 국립대 병원과 지방의료원으로 이어지는 의료 체계를 갖추고 인력 파견 등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지방의료원 35곳 중 29곳 '적자'…올해 적자 규모 1500억 달해
김영완 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은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기에 직면한 지방의료원의 현실을 짚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전국 35곳의 지방의료원 중 29곳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가결산 기준 지방의료원의 적자는 484억원이 넘는다.
김 회장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예상되는 전국 지방의료원의 적자는 1500억원이다. 병상 가동률도 62.5%에 불과해 수익을 내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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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30일 국회 앞에서 정부의 지방의료원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2024.10.30 calebcao@newspim.com |
김 회장은 지방의료원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꼽았다.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일반 환자 진료를 중단하고 전체 병상을 코로나19 환자용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환자들이 민간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병상 가동률이 급감했고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료원은 민간 병원에 비해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지역 내 필수 의료 서비스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다. 김 회장은 만일 지방의료원이 붕괴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상은 취약계층이라고 경고했다.
◆ 국립대·지방의료원, 한 팀으로…인력 파견, 교육·의료 질 높여 '일석이조'
지방의료원의 가장 큰 문제는 환자와 의료 인력 이탈이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지방의료원을 회복하려면 지금까지 운영하던 의료체계와 인력 고용 형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도 필요하다.
김 회장은 교육부 소관인 국립대 병원을 복지부 소관으로 옮기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국립대 병원이 지역 필수·공공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만큼, 의료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을 맡고 있는 복지부가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승연 강원도 영월의료원 외과 전문의는 다음으로 국립대 병원과 지방의료원을 잇고 인력 파견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은진 서울대 신경외과 교수도 지역에 따른 질환 발생 빈도와 특성 등을 평가하고 각 병원에 흩어져 있는 의료 인력을 파견 형태로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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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는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2.21 choipix16@newspim.com |
의료 인력 파견이 자유롭게 되면 의료 인력은 대형 병원이나 민간 병원을 고집하지 않아도 다양한 환자를 볼 수 있다. 지방의료원의 경우 환자가 많지 않다 보니 경험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전공의들은 다양한 환자와 의료인력이 많은 수도권 병원을 향해 간다. 의료기관 간 근무가 가능해지고 교육의 질이 높아지면 전공의들을 유인할 방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
지방의료원 기능 강화를 위해 인력 및 재정 배분을 늘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영준 영월의료원 원장은 "지방의료원의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인력과 재정 지원에서 지역 가중치를 둬야 한다"도 제안했다. 그는 "지방의료원의 특성별로 차별화된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방의료원 경영 평가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