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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선출권력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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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전제조건

민주주의는 종종 "국민이 뽑은 권력이 곧 국민의 뜻"이라는 단순한 수식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역사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단순화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리이지만, 그것만으로 민주주의가 작동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의 토대는 권력을 제한하고 서로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에 있다. 선출된 권력이라 할지라도 절제 없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고 본질은 무너진다.

이 점에서 미국의 헌법학자 에르윈 체머린스키는 『No Democracy Lasts Forever』에서 헌법 자체가 민주주의를 막을 수 있다고 비판했고, 정치철학자 아담 러벳은 『Democratic Failures and the Ethics of Democracy』에서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실패할 경우 윤리적 정당성 자체가 붕괴한다고 경고했다. 선거 절차는 남아 있더라도, 시민이 권력에 대한 신뢰를 잃고 민주주의를 도덕적으로 더 이상 옹호하지 않게 된다면, 제도는 형식만 남고 민주주의는 사실상 끝난다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위기는 바로 이런 윤리적 기반의 침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뉴스핌DB]

무너지는 민주주의

오늘날 민주주의가 붕괴하는 방식은 20세기 초의 군부 쿠데타와는 다르다. 지금은 선거로 권력을 획득한 집권세력이 민주주의의 절차와 제도를 점진적으로 잠식해 가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V-Dem 연구소 소장 스테판 린드버그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국은 선거민주주의의 강점을 가진 나라였지만, 이제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들이 후퇴할 조짐을 보인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선거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며, 제도적 견제와 권력의 책임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쉽게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린드버그가 말한 위험은 추상적인 경고가 아니다. V-Dem 연구소가 지난 수년간 축적해 온 방대한 데이터는 민주주의가 쿠데타 같은 극단적 충격이 아니라, 합법적 절차를 내세운 권력의 침식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거짓 정보의 유통, 권력자 레토릭의 과도한 정당화, 그리고 사법부와 언론의 위축 가능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와 비슷한 경고는 미국에서도 나온다. 헌법학자 에르윈 체머린스키는 저서 『No Democracy Lasts Forever』에서, 미국 헌법 자체가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적 구조가 민주적 개혁을 가로막고, 권력을 제한하기보다 오히려 권력 독점을 정당화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헌법과 제도가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라 때로는 그 쇠퇴를 가속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도 헌법과 제도라는 울타리만 믿는다면, 그것이 민주주의를 보장해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경고는 이미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서 반복된 현실이다. 베네수엘라는 선거에서 정당성을 확보한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고 야당을 배제하면서 민주주의의 내용이 사라졌다. 브라질의 보우소나로 역시 민주주의 제도를 끊임없이 시험하며 사회적 균열을 심화시켰다. 모두가 "국민이 선택했으니 정당하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했다. 한국 역시 지금 이와 다르지 않은 궤적에 놓여 있다.

왜 무너지는가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이유는 다수의 힘이 절대화될 때다. 다수결은 효율적일 수 있으나 정의를 보장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특정한 소수가 당내 권력을 장악해 국민의 뜻인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는 결국 소수의 독재가 다수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체제로 변질될 수 있다.
여기에 단기적 인기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 결합하면 민주주의는 더욱 취약해진다. 현금성 지원과 선심성 정책은 당장의 만족을 줄 수 있지만, 제도적 신뢰와 장기적 안정성을 갉아먹는다.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에 잠식되면 시민은 견제의 주체가 아니라, 단기적 이익을 소비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권력은 담론 장악을 통해 민주주의를 더 깊이 흔든다. 메슨 피리가 『How to Win Every Argument』에서 지적했듯, 정치 언어에는 흑백논리와 권위에 호소하는 궤변이 자주 사용된다. 예컨대 여당 정치인이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은 곧 구시대의 적폐 세력"이라고 말할 때, 이는 복잡한 논점을 단순한 선·악 구도로 몰아가는 전형적 '흑백논리(fallacy of false dichotomy)'다.
또 어떤 정치인이 "국민이 우리에게 압도적 지지를 주었으니, 지금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다수결 자체를 절대적 정당성으로 포장하는 '권위에 호소하기(argumentum ad populum)'의 사례다. 실제로는 권력의 제도적 견제 여부가 민주주의의 핵심인데, 이런 논법은 제도의 필요성을 지워버린다.
쇼펜하우어가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에서 지적한 기법들은 한국 정치의 언어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가령 야당이 경제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했을 때, 여당 인사가 "당신들은 국민 고통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집단"이라고 되받아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비판의 내용을 다루지 않고 상대를 공격하는 '인신공격(ad hominem) 전술'이다.
또 다른 예로,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과거에도 당신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현재 논점을 회피하고 과거를 끌어들여 논지를 흐리는 '논점 일탈(red herring)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곧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식의 반복적 구호는, 논리적 증거 없이 동일한 주장을 계속해서 주입하는 '반복논법(argument by repetition)'에 해당한다. 쇼펜하우어는 이런 방식이 대중 토론에서 자주 쓰이지만, 진리를 밝히는 데는 무의미하다고 이미 19세기에 경고했다.
이렇듯 한국 정치의 언어는 논리적 설득보다는 승리를 목적으로 한 수사학적 장치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궤변이 누적될 때 민주주의적 토론의 공간은 좁아지고, 결국 권력의 논리만이 남게 된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이름이 있다. 바로 한나 아렌트다. 아렌트는 나치 독일에서 박해받고 망명한 유대인이었으며, 전체주의의 참상을 몸소 체험했다. 그녀의 『전체주의의 기원』은 단순한 학문적 분석이 아니라,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된 경고였다. 아렌트가 본 전체주의의 본질은 무자비한 폭력만이 아니라, 개인이 고립되고 공적 삶의 공간을 빼앗기는 데 있었다. 전체주의는 법과 제도의 외양을 지니면서도, 실제로는 모든 목소리를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일원화하는 체제다. 그녀의 경고는 지금 우리의 상황을 향한 직접적 메시지처럼 읽힌다.

팅스텐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역할
스웨덴의 정치학자이자 오랫동안 《Dagens Nyheter》 편집장을 맡았던 허버트 팅스텐은 민주주의를 특정한 정책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와 심지어 극단적 사상까지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 보았다. 민주주의의 힘은 합의와 갈등을 동시에 수용하는 능력에 있다.
이 점에서 영국의 정치철학자 아담 스위프트가 『Political Philosophy』에서 제시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개념은 특히 중요하다. 그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개인의 선호를 합산하는 절차가 아니라, 시민이 공개된 토론과 논증, 성찰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숙의민주주의는 두 가지 장점을 갖는다. 하나는 토론이 정보를 모으고 검증하는 데 탁월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 과정에서 자기중심적 의견이 공익적 판단으로 성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삶의 경험과 시각이 모여 더 나은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주의의 윤리적 이상은 제도적 기반과 시민적 참여가 동시에 작동할 때만 실현된다. 체머린스키가 말했듯, 헌법 구조가 개혁을 막으면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러벳이 지적했듯,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실패할 경우 윤리적 정당성 자체가 무너지고, 시민은 더 이상 민주주의를 지킬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주의는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자의 강한 주장과 궤변에 눌려 침묵하는 국민이 아니라, 성찰과 대화를 통해 깨어 있는 시민이다. 린드버그가 한국에서 강조했듯,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는 지켜지지 않는다. 제도의 균형, 시민의 참여, 그리고 숙의의 공간이 살아 있을 때만 민주주의는 지속된다. 팅스텐의 말처럼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그릇이다. 그리고 체머린스키의 지적처럼, 그 그릇을 무너뜨리는 것은 권력만이 아니라 때로는 헌법과 제도 그 자체일 수 있다. 한국 민주주의가 지속되려면, 바로 이 모순까지 직시해야 한다.

민주주의 실패에 대해 경고하는 주요 저작 추천
아래는 민주주의의 실패와 퇴보를 다룬 중요한 저작들이다. 칼럼 본문에서는 딱 필요한 만큼만 인용하고, 읽고 싶은 독자는 이 목록을 참고하면 좋다.

Arend Lijphart, Patterns of Democracy: Government Forms and Performance in Thirty-Six Countries (1999, 2nd ed. 2012).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라이파르트는 민주주의 제도를 비교 분석하면서, 다수제 중심의 정치체제는 소수 권리 침해의 위험이 크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합의제 모델을 채택한 국가들은 사회적 안정성과 시민 권리 보호에서 더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Francis Fukuyama, Political Order and Political Decay: From the Industrial Revolution to the Globalization of Democracy (2014).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x.
후쿠야마는 민주주의가 내부 부패, 제도 약화, 책임성 결여 등 내부 요인에 의해 퇴보할 수 있다고 본다. 그가 제시하는 국가 역량–법치–책임성의 균형 모델은 민주주의의 유지 조건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다.

Staffan I. Lindberg (ed.), Democracy Report 2023: Defiance in the Face of Autocratization. Gothenburg: V-Dem Institute, University of Gothenburg.
린드버그와 V-Dem 팀은 전 세계 민주주의 변동 데이터를 집대성해 '합법적 침식'의 패턴을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민주주의 퇴행이 더 이상 극단적 쿠데타가 아니라 제도적 절차 속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Madsen Pirie, How to Win Every Argument: The Use and Abuse of Logic (1985, rev. 2006). London: Continuum.
피리는 일상적 언어와 정치 담론 속에 숨어 있는 궤변(fallacy) 기법들을 정리한다. 흑백논리, 권위호소, 감정호소 등은 민주주의 토론을 왜곡하고 권력의 언어 우위를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 이 책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Arthur Schopenhauer, The Art of Being Right: 38 Ways to Win an Argument (1831, Eng. trans. 1896). London: Swan Sonnenschein.
쇼펜하우어는 논쟁이 진리 추구보다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사람들이 흔히 쓰는 궤변 전략을 38가지로 정리했다. 논점 일탈, 인신공격, 반복 논법 등은 정치 담론에서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이 책도 논쟁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Adam Lovett, Democratic Failures and the Ethics of Democracy (2024). Philadelphia: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러벳은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실패할 때 윤리적 기반도 흔들린다고 본다.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엘리트와 시민 양쪽 수준에서 민주주의가 실패하는 양상을 분석하고, 그 결과가 민주주의의 정당성 자체를 위협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최근 발간된 책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rwin Chemerinsky, No Democracy Lasts Forever: How the Constitution Threatens the United States (2024). Liveright/Norton.
체머린스키는 미국 헌법 체제가 현재 민주주의 유지에 부적절해졌다고 진단한다. 헌법적 구조의 제약이 민주적 개혁을 가로막고, 민주주의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적 관점을 제시한다. 미국의 현실을 투영하면서 한국적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Jared Diamond, 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 (2005, rev. ed. 2011).
다이아몬드는 환경, 자원 고갈, 사회 구조의 대응력 부족 등이 문명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서, 민주주의뿐 아니라 문명 전체의 붕괴 메커니즘을 역사적으로 살핀다. 민주주의 실패를 제도적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취약성 차원에서 성찰하게 해 준다. 비정치학 서적이지만 민주주의의 붕괴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Adam Swift, Political Philosophy: A Beginner's Guide for Students and Politicians (2001, 3rd ed. 2013). Cambridge: Polity Press.
스위프트는 정치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학생과 일반 독자를 위해 명료하게 풀어쓴 입문서다. 자유, 평등, 정의, 민주주의 같은 추상적 주제를 현실 정치와 연결해 설명하며, 민주주의를 다루는 부분에서 특히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개념을 강조한다. 그는 민주주의를 단순히 개인의 선호를 합산하는 절차가 아니라, 시민들이 공개 토론과 논증, 성찰을 통해 자기 의견을 변화시켜 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이러한 숙의과정은 정보 수집과 검증의 기능을 하고, 이기적 관점을 공익적 판단으로 성숙시키며, 다양한 삶의 경험과 시각이 더 나은 결정을 가능케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질적 쇠퇴를 우려하는 독자에게 숙의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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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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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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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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