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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노란봉투법의 논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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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수준으로 맞추자"는 말의 공허함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미·일 순방에 동행할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관해 "원칙적인 부분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 쪽에서 "추진되면 어려움이 커진다"는 우려를 내놓자, 대통령은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법이나 상법 수준에서 맞춰야 할 부분들은 원칙적으로 지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말의 무게는 묵직했지만, 정작 그 '선진국'이 어디이며 무엇을 뜻하는지, 공허함은 커 보인다.
우리가 보통 '노동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은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벨기에, 영국, 프랑스 정도다. 이 나라들이 공통으로 가진 건 이념이 아니라 제도와 관행의 구조다. 법 텍스트만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 노사정의 조정능력, 분쟁의 예측가능성, 그리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매년 추적하는 지표들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 성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OECD는 노사관계의 성숙도를 직접 "점수"로 평가하지는 않지만, 노동조합 조직률, 단체협약 적용률, 고용보호(EPL) 지표, 일자리 질(임금, 안정성, 작업환경 등) 같은 수치들을 꾸준히 제시한다. 이 지표들이야말로 '선진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9 photo@newspim.com


코르피–팔메의 제안, '절충'이라는 기술
노사관계를 평가하는 데 사회이론이 길잡이가 될 때가 있다. 월터 코르피(Walter Korpi)와 요아킴 팔메(Joakim Palme)가 제시한 보편적 복지체제와 계급연합론은 보편주의와 성과 기반의 배분을 혼합하는 '층화 효과(stratification effect)'와 제도화된 단체교섭으로 분쟁비용을 낮추는 구조를 강조한다(Korpi & Palme 1998). 이 틀을 노사관계에 옮겨보면, 좋은 체제는 "노동자의 협상권"과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동시에 보강한다. 코르피는 제도화된 권력자원(institutionalized power resources), 그리고 OECD는 조정된 단체교섭(coordinated collective bargaini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Korpi 1983 & 2006; OECD 2019). 이 방법이 스웨덴의 살트쉐바덴(1938), 네덜란드의 바세나르(1982), 덴마크의 1899년 9월 타협처럼 정부의 과도한 입법 대신 '자율 규범'과 '연성 법(soft law)'을 두텁게 쌓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 OECD의 자료들도 이런 구조가 임금의 형평성과 생산성 조정을 돕고, 경기충격 시 일자리 보전을 돕는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시사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선진형' 노동법은 단순히 노조의 권한을 키우거나, 반대로 사용자의 자유를 넓히는 편향이 아니라 분쟁의 비용을 낮추고 협상과 교섭의 범위를 명확히 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며,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에 기초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쟁점 두 가지로 본 비교: '사용자 범위'와 '노조 손해배상'
1) 하청노조의 원청교섭('사용자 범위 확대')은 선진국에서 어떻게 다루나
한국 개정안의 핵심 하나는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문제다. 선진국 법제는 이 문제를 두 갈래로 풀어왔다.
첫째, 연쇄적 책임(keten-/chain liability)으로 임금과 최저기준의 이행을 보증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최저임금법(MiLoG) §13과 파견근로·국경간 파견법(AEntG) §14로, 도급 발주자가 하도급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지급에 연대책임을 진다. 사용자 정의를 확장하기보다 임금지급 책임을 사슬 전체로 확장해 불법 저가하도급 유인을 줄이는 방식이다. 네덜란드는 2015년 허위고용방지법(WAS)으로 민사상 연대와 연쇄 책임을 민법전(BW) 7:616a–616f에 넣어 상위 발주자까지 임금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했다. 노동부·하원 문서와 해설은 이 규정이 하청구조의 '임금 덤핑'을 억제하는 핵심 도구임을 명시한다. 벨기에는 1965년 임금보호법 개정(아티클 35/1 등)과 2013년 시행령으로 건설·청소·농업 등 특정 업종에 일반 연대책임을 둔다.
둘째, 사용자성의 '확장'은 엄격하게 본다. 프랑스는 판례상 '코엠플루아(co-emploi)' 이론으로 모기업이 실질적으로 지휘·관리하며 경제·인사에 상시 개입한 특별한 경우에만 공동사용자로 본다. 일반적인 하청·계열관계만으로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스웨덴은 MBL(공동결정법)과 단체협약 구조가 당사자 간 교섭을 원칙으로 하되, 산업별·연대행위(동조행위)가 합법적 수단이어서 원청을 간접 압박하는 경로가 발달했다. 2023년 10월 이후 스웨덴에서 시작했지만 덴마크, 핀란드의 노조들까지 동조파업에 참여한 테슬라 사태에서 보듯 법정 정의의 무리한 확장보다 '연대행위'라는 제도화된 우회로가 실제 기능한다.
이를 정리해 보면,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는 '사용자'의 법적 범위를 넓히기보다 '책임의 사슬'을 넓혀 최소기준을 담보한다. 프랑스는 공동사용자 인정 문턱을 높게 두고, 스웨덴은 연대행위라는 교섭수단으로 원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낸다. 한국이 눈여겨 봐야할 지점은 협상 당사자성의 강제적 확장보다 연대책임, 연대행위, 그리고 확장적용(AVV) 같은 제3의 우회로를 촘촘히 설계하는 혼합적 요소다.
2)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노조 손배'와 면책의 범위)
또 다른 논쟁의 요소인 손해배상에 대한 규정에서도 선진 각국은 다양한 요소를 내재화 하고 있다. 영국은 1906년 이래 이어지는 노동쟁의 면책을 TULRCA 1992 §219에 명문화했다. 합법적 절차를 거친 '무역분쟁' 관련 행위는 불법행위 책임에서 면책된다. 다만 불법행위 판단 시 손배 상한을 SI 2022/699로 상향했다(조합 규모별 상한액). 면책의 뼈대는 유지하되, 불법일 때의 '상한'은 현실화한 셈이다. 최근 2023년 '최저서비스 수준법'은 2024년 정권교체 이후 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 면책의 큰 틀이 다시 강화되는 흐름이다. 스웨덴 MBL은 평화의무(fredsplikt)를 두어 협약 유효기간 중 쟁의를 제한하고, 불법쟁의에는 손해배상을 부과하되 규모는 예측가능한 범위에 묶는다. 분쟁을 법정싸움이 아니라 조정·중재와 새 협약으로 흡수하는 구조다. 독일·네덜란드는 노조 손배의 대형소송으로 제도를 흔들기보다, 쟁의의 적법성·절차를 엄격히 확인해 애초에 분쟁비용을 낮추는 절차(조정·중재·평의회제도)를 선호한다. 독일의 경우 작업장협의회법(BetrVG)과 공동결정법(MitbestG)이 쟁의 이전 단계의 대표제도를 통해 갈등을 흡수한다.
이를 요약해 보면, '선진형'은 면책의 원칙을 유지하되(영국), 불법일 때의 상한·절차 예측가능성을 높이고(영국·스웨덴), 현장대표와 다층 교섭 시스템으로 쟁의 자체의 빈도와 강도를 낮추는(독일) 방식이다.
3) 정부 개입과 사회협약: 법보다 먼저 움직이는 테이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요원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노동선진국에서는 정부개입을 가급적 배제하거나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웨덴의 1938년 살트쉐바덴 협약에서 "정부는 뒤에서 비추는 가로등"과 같은 제3자의 역할로 정의한다. 2022년 '주요협약 (Huvudavtal, 전직·학습 전환 지원)'으로 이어지며 노사의 역할분담을 가다듬었다.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임금절제, 일자리 나눔, 세제조정의 패키지를 사회적 협약으로 먼저 합의했다. 이후 CAO의 일반적용(AVV) 제도로 무조합 및 비조합 사업장에도 기준을 확장한다. 덴마크는 1899년 9월 타협(Septemberforliget)이 노동시장 헌법의 역할을 자처하며 자율 및 분권 교섭과 노동법의 절제를 원칙으로 삼았다.
여기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정부는 규칙을 제시하지만 노사간의 쟁의에 가급적 간섭하지 않으며, 노사는 운용을 책임진다. 법은 협약을 떠받치고, 협약은 법의 정신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국형 '선진' 체크리스트: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나
첫째, '사용자'의 정의 확장만으로 원청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려 하기보다, 연대책임(임금, 안전, 최저기준 제시 등) 확대와 협약 일반적용(AVV형), 그리고 합법적 연대행위의 통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가 보여준 것은 강제적 사용자 지정이 아니라 책임의 사슬과 적용의 사다리다.
둘째, 노조 손배는 면책의 원칙(합법쟁의)을 분명히 두되, 불법의 비용은 예측가능한 상한과 절차로 정리하라. 쟁의의 합법요건을 명확히 하고, 조정, 중재, 대표기구를 통해 법정이 아니라 교섭장에서 끝나게 하라.
셋째, 정부의 역할은 가드레일에 비유할 수 있다. 노동법은 선로를 까는 것이고, 임금, 근로시간, 그리고 전환지원 같은 운행표는 노사정 협약으로 맞추는 격이다. 살트쉐바덴과 바세나르가 보여준 건 법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회협약의 힘이었다.
넷째, OECD 지표를 기준으로 삼아, 노동자 권리와 기업의 예측가능성·경쟁력을 함께 보는 쌍곡선 목표를 분명히 해야한다. 조직률, 단협적용률, EPL, 일자리 질을 정책 KPI로 걸고, 매년 평가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선진국 수준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약속이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선진노동법
트럼프 시대의 통상, 관세, 현지생산이라는 압박 속에서 한국 기업은 전략적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럴수록 정부와 노동계도 타협적이고 합리적인 문화로 급선회해야 한다. 타협은 후퇴가 아니라 예측가능성의 교환이다. 그 예측가능성이 투자와 전환훈련, 생산성 협약으로 되돌아올 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는 '선진'의 실체일 것이다. 선진국은 "누구 편"을 드는 나라가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기술"이 성숙한 나라다. 그 기술은 법문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노사정이 늘 앉아 논의하는 협상 테이블 위, 그리고 협약의 실천과 지속적 평가지표 속에서 비로소 작동한다. OCED Outlook 2023 그리고 Eurofound 2020에서 제시하고 있듯, 사회적 대화와 제도화된 단체교섭은 신기술 전환기( AI 및 그린산업 등)에 생산성, 수용성, 학습투자를 강화하는 최고의 노동선진화를 이끌 수 있는 핵심적 요소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국가별 핵심 법·협약 목록
스웨덴
• Lag (1976:580) om medbestämmande i arbetslivet (근로관련 공동결정법, MBL) (1976). 비공식 영문본: Employment (Co-Determination in the Workplace) Act.
• Saltsjöbadsavtalet (살트쉐바덴 협약) (1938, 2022년 최신 개정).
네덜란드
• Wet op het algemeen verbindend en het onverbindend verklaren van bepalingen van collectieve arbeidsovereenkomsten (단체협약 조항의 일반적용·비적용에 관한 법, 일명 Wet AVV) (1937).
• Burgerlijk Wetboek Boek 7, art. 616a–616f (민법전 제7편 616a–f, 임금의 연대 및 연쇄책임); Wet aanpak schijnconstructies(허위고용방지법, WAS)로 2015년 도입·강화.
• Akkoord van Wassenaar (바세나르 협약) (1982).
독일
• Gesetz zur Regelung eines allgemeinen Mindestlohns (MiLoG) §13 (최저임금법 §13, 발주자 책임) (2014).
• Arbeitnehmer-Entsendegesetz (AEntG) §14 (파견근로자법 §14, 발주자 책임) (1996/2009 재편)
• Tarifvertragsgesetz (TVG) (단체협약법) (1949).
• Betriebsverfassungsgesetz (BetrVG) (작업장협의회법) (1972, 최신개정 2024).
• Mitbestimmungsgesetz (MitbestG) (공동결정법) (1976).
벨기에
• Loi du 5 décembre 1968 sur les conventions collectives de travail et les commissions paritaires (단체협약·산별위원회법) (1968).
• Loi du 12 avril 1965 concernant la protection de la rémunération des travailleurs — art. 35/1 등 (임금보호법, 일반 연대책임 도입·확대) (1965, 2013 시행령).
영국
• Trade Union and Labour Relations (Consolidation) Act 1992, s.219 (무역분쟁 관련 면책) (1992).
• The Liability of Trade Unions in Proceedings in Tort (Increase of Limits on Damages) Order 2022 (SI 2022/699) (노조 불법행위 손해배상 상한 상향) (2022).
• Strikes (Minimum Service Levels) Act 2023 (최저서비스수준법).
프랑스
• Préambule de la Constitution du 27 octobre 1946 (1946년 헌법 전문: 파업권·노동자 대표를 통한 조건결정권) (1946).
• Jurisprudence du 'co-emploi' (공동사용자 판례: 2014.7.2, 2019.10.9, 2020.11.25 등) — 엄격·예외적으로만 인정.
OECD 및 Eurofound 지표·보고서
• Eurofound, Collective agreements and bargaining coverage in the EU (2020). 확장(AVV)·적용범위가 큰 나라일수록 포괄적 보호와 임금 바닥선이 안정. 제도디자인(확장요건·대표성 기준)이 성과 차이를 설명.
• OECD, Negotiating Our Way Up. 조정된 단체교섭이 임금분포·전환비용을 개선(제도화된 타협의 효용을 실증적으로 보강) (2019).
• OECD, Indicators of Employment Protection (EPL) (고용보호지표: 정규·임시·집단해고 규제 측정) (2020).
• OECD, Employment Outlook 2023: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Labour Market (OECD 고용전망 2023, 사회적 대화·단체교섭 장의 분석 포함) (2023).
• OECD, Employment Outlook 2025, Statistical Annex (조직률·단협적용률·EPL 종합표) (2025).
• Trade Union Density (OECD/AIAS ICTWSS linked dataset) (노동조합 조직률 데이터 분석) (2023).
이론적 근거
Korpi, Walter & Joakim Palme. 1998. "The Paradox of Redistribution and Strategies of Equality: Welfare State Institutions, Inequality, and Poverty in the Western Countrie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63(5): 661–687.
Korpi, W. & Palme, J. 2003. "New Politics and Class Politics… Welfare State Regress in 18 Countries, 1975–95," APSR.
Korpi, Walter. 1983. The Democratic Class Struggle (Routledge).
Korpi, Walter. 2006. "Power Resources and Employer-Centered Approaches in Explanations of Welfare States and Varieties of Capitalism," World Politics 58(2): 167–206.
Refslund, B. & Arnholtz, J. 2021/22. "Power resource theory revisited," Economic and Industrial Democracy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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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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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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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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