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승인 직후 인사 단행…알리바바 인사 전면 배치
제임스 장, 라자다 창업·운영 경험…글로벌 확장 모델 몸소 겪어
신세계, 국내 셀러·인프라…알리바바, 글로벌망·기술력 뒷받침
합작법인 인선 임박…향후 지마켓 정체성 가를 관전포인트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가칭)'이 출범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지마켓의 새 대표로 알리바바 출신 이커머스 전문가 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이 내정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합작법인의 운영 주도권이 사실상 알리바바로 기울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26일 신세계그룹 정기임원 인사에 따르면 지마켓 신임 대표로 제임스 장이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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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장 (주)지마켓 대표이사. [사진=신세계그룹] |
제임스 장은 1985년생으로 2012년 알리바바의 동남아시아 플랫폼인 라자다를 공동 창업한 이커머스 전문가다. 라자다는 알리바바의 동남아 플랫폼이다. 그는 라자다그룹에서 CCO, 싱가포르 CEO, 인도네시아 CEO 등을 거치며 알리바바가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는 과정의 최전선에 있었다. 크로스보더 커머스 확대, 현지화 전략, AI 기반 마케팅 등 알리바바식 글로벌 확장 모델을 몸소 경험한 인물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합작법인 설립을 조건부 승인한 직후 발표됐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대표와 이사회 전원은 알리바바 측 인사들로 구성됐다. 홍콩 국적의 휴이얏신신디 알리익스프레스 법무이사가 대표로 장루이·다이잉 등 중국·홍콩 국적 인사들이 이사회에 합류했다. 한국 측 인사는 감사 1명뿐이었다. 신세계 측은 "임시 성격일 뿐 최종 인선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알리바바의 영향력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마켓 수장으로 제임스 장이 오르면서 합작법인의 '실무 컨트롤타워'가 알리바바 인사로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지마켓의 핵심 전략이 '셀러 글로벌 진출'과 'AI 테크 역량 강화'인 만큼,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AI 모델과 글로벌 물류망이 경영 전반에 이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2021년 약 3조4400억 원에 G마켓을 인수했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졌고 지난해에는 편입 후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앞서 우선매수권을 이마트가 포기하면서 매각설이 불거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지마켓을 알리익스프레스에 사실상 넘기는 수순"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제임스 장 선임이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할 신호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다만 지마켓의 체질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제임스 장의 크로스보더 경험이 지마켓을 단순한 국내 온라인몰에서 벗어나 '역직구 허브'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가 국내 셀러와 오프라인 인프라를 맡고, 알리바바가 글로벌 판매망과 기술력을 제공하는 '투트랙 전략'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세계 측은 "제임스 장은 지마켓의 새 성장 비전인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과 'AI 테크 역량 향상'을 주도해 재도약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합작법인의 최종 인선과 사업 계획은 지마켓의 정체성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 승인을 받은 그랜드오푸스홀딩은 현재 임원 구성과 사업자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며 출자를 마친 뒤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랜드오푸스홀딩은 이제 막 설립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후 차례로 인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