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자금 조달 우려에 SH 참여 제안...SH, 사업 긍정적 검토
공동시행 시 서대문구 참여지분 축소...SH는 시행 실적 축적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298-9번지 일대에 공동주택 1121가구 등 건립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정비사업 공공시행자 참여해 주목받던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도시정비형 재개발)'이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정상 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사업 시행자인 서대문구가 1조원이 넘는 사업비 조달에 부담을 느끼면서 사업 진행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측에 사업 참여를 제안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상황이다. SH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대문구와 SH는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에 대한 SH의 참여를 두고 논의 중이다. 서대문구가 SH 측에 해당 사업의 공동시행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지분율과 역할 배분 등 사업에 필요한 세부사항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SH가 긍정적으로 참여를 검토하면서 공동시행이 유력한 모양새다. 지난 3일 서대문구가 사업시행자로 서대문구청장을 고시하며 이를 지자체의 첫 정비사업 시행 사례라고 강조했던 것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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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 조감도 [제공=서대문구청] |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298-9번지 일대 4만2515㎡에 공동주택 1121가구(분양주택 980가구·임대주택 141가구)와 오피스텔 92호, 근린생활시설, 업무시설 등을 짓는 것이다. 홍제천 수변문화공원과 시니어카페·키즈카페 등이 포함된 복지시설, 도서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시가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토지에 대해 용도상향을 제공하고 사업자는 증가한 용적률의 50%를 지역에 필요한 생활서비스시설과 공공임대시설로 확충하는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사업'에 해당한다. 상한용적률은 근린상업지역 460%, 일반상업지역 786%다.
사업비가 문제가 됐다. 이 사업의 총 사업비는 1조1516억원 가량이다. 구체적으로 ▲공사비 8079억원 ▲보상비(국공유지 매입·현금청산 등) 856억원 ▲금융비용 736억원 ▲설계비 137억원 ▲감리비 121억원 등이다. 지난해 서대문구 자산총계(2조2607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서대문구가 추진했던 투자사업 중 가장 사업비가 높은 수준인 영천시장 지하주차장 조성사업(331억원), 천연동 도시재생복합센터 건립사업(310억원) 등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이에 서대문구는 사업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SH에 공동시행을 제안한 것이다.
공동시행이 성사된다면 사업비 대부분은 SH가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서대문구의 재원은 지방세, 세외수입, 지방교부세, 조정교부금, 보조금 등으로 구성된다. 반면 SH는 경우에 따라 지방공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재원 운용의 유연성이 크다.
지난해 기준 SH의 자산총계가 30조원을 넘는 만큼 서대문구에 비해 재정 여력이 있기도 하다. 사명을 종전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현재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로 바꾸면서 개발역량을 강조하는 중인 SH의 입장에서는 시행 실적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 참여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을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의 성과로 강조하던 서대문구에서는 상황이 애매해졌다. 현재 사업 대상지에는 1970년 완공된 주상복합 아파트인 유진상가(맨션)와 전통시장인 인왕시장이 자리한다. 건물이 준공된 지 30년이 넘어가던 1990년대부터 유진상가의 노후화로 재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합 설립을 통한 민간 재개발 방식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보상금 문제 등 주민 갈등이 발생하면서 여러 차례 좌초됐다. 유진상가는 홍제천을 복개구조물로 덮은 후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일반 부지와 다른 방식으로 각 소유자의 대지면적과 보상금이 책정된 것이다.
이 구청장은 취임 당시부터 신속한 사업 진행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주민 설득에 나섰다. 주민 동의를 바탕으로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사업을 신청했고 2023년 11월 해당 부지가 사업대상지로 선정됐다. 이후 지난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안이 수정 가결됐다.
이어 이 구청장이 사업시행자로 이름을 올리며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 관련 성과를 쌓아가던 중 SH와 그 공을 나누게 된 셈이다. 지자체가 정비사업을 직접 시행한다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최초라는 상징성을 지니지만 앞서 택지개발 등 다수 개발사업에서 지자체와 지방공사의 시행 협업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파급력은 제한적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SH와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을 두고 협의 중이고 주민대표회의 측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SH가 공동시행자로 지정될 경우 사업시행자 지정 관련 재고시가 게시된다"며 "원활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행정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