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조합 중도해산 선택권 확대...중요 안건 총회 의결 기준 강화
조합 공사비 검증 의무 명시...조합원 대상 의무 공개 정보 범위 확대
국토부 "조합이 규약 준수할 수 있도록 유도...향후 입법 추진 등 제도 개선"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주택사업의 빈번한 갈등을 지적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표준규약 개정에 나섰다. 사업 진행의 기준이 되는 규약 내용을 일부 수정하면서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표준조합규약 준수를 조합에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국토부는 향후 법 개정 등을 추가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말 지주택 표준조합규약 개정안을 완성한 후 지방자치단체에 이를 공유했다. 각 지자체 관할 사업장에서 개정 규정이 준수되도록 하기 위해 개선된 내용을 조합에 안내하라는 입장도 전했다. 지난 7월 국토부가 발주한 '지역주택조합 분쟁사례 분석 및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별개로 개선이 시급한 사안에 대해 규약을 개정해 우선적으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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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열린 'LH 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8 ryuchan0925@newspim.com |
표준조합규약이란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토부가 작성·보급하는 조합 운영의 기본 규칙이다. 이행의 강제성은 없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합 결의방법, 조합원의 권리·의무 등에 대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국토부는 종전 표준조합규약이 지주택 조합의 혼란을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파악하고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주택 조합의 중도해산 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주택법에 따라 조합은 설립 후 3년 이내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는 등 사업이 지체되면 중도해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총회를 개최할 수 있다. 다만 총회에서 첫 중도해산 안건이 부결되면 이후 사업 진행 관련 문제가 발생해도 다시 총회를 열고 해산을 논의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부재하다. 이에 국토부는 개정 규약에 첫 중도해산 안건 부결 이후에도 사업이 정체된다면 조합원 논의를 통해 해산 여부 결정 총회를 추가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지주택 조합의 총회 의결기준은 높아졌다. 종전 표준조합규약은 조합원 과반수가 참석한 총회에서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안건이 의결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낮은 기준 탓에 일부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자신이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다른 조합원이 총회에 나와 안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로 인해 주요 안건이 저조한 참석률 속에 무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국토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 규약에 용역 계약, 조합원 분담금 확정, 시공사 선정 등 중요 안건에 대해서는 총회 의결기준을 '조합원 3분의 2 참석 및 참석자 3분의 2 동의'로 설정했다.
개정 규약에는 지주택 사업의 공사비 검증 관련 내용도 담겼다. 개정 규약에 따르면 공사비가 최초 계약금 대비 10% 이상 증가했거나 종전 변경 금액에서 3% 이상 증액된 경우 조합은 외부 업체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하고 조사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적정성 검토를 조합에 요구할 시에도 마찬가지다. 지주택 조합 내부에서 공사비 증액으로 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개정이다.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정보의 범위도 확대된다. 개정 규정에 따라 자금 관련 문제를 포함한 중대 사안에 대해 조합은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가령 현행 주택법에서는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월별 자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지만 공개 대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 조합이 제시하는 정보는 자금의 총액 등 일부에 불과하다. 개정안은 조합이 자금 사용 목적과 대상 등 보다 상세한 정보를 조합원들에게 알리도록 명시하는 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표준조합규약은 권장기준으로 강제성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국토부는 지자체가 사업에 대한 인허가를 낼 때 규약 준수 여부를 살피도록 요청하는 방식으로 신규 설립된 지주택 조합이 규약을 지키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은 지주택 관련 법제화 이전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느낀 부분을 우선적으로 수정한 것"이라며 "추후 지주택 사업 전반에 대한 구체적 방안 마련을 이어가고 입법 추진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