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14경기 9이닝당 17.9개 삼진 기록
"이제야 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화의 불펜 투수 정우주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보는 앞에서 단 9개의 직구로 3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한화는 28일 고척에서 열린 키움과의 원정경기에서 9-3 대승을 거두고 5연승을 질주, 시즌 70승(3무 48패) 고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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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화의 불펜 정우주가 지난 28일 고척 키움전에서 7회 마운드에 등판해 직구 9개로 3개의 삼진을 잡았다. [사진 = 한화] 2025.08.28 wcn05002@newspim.com |
이 경기 전부터 모든 관심은 키움의 송성문과 한화의 선발 투수 코디 폰세에게 쏠렸다. 메이저리그 무려 11개 구단에서 파견한 스카우트들이 중앙 지정석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시카고 컵스,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부터 애리조나, 시애틀, 휴스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단 관계자들이 고척돔을 찾았다.
송성문은 이날도 5차례 출루하며 매서운 타격감을 보여줬고, 폰세는 다소 흔들렸지만 탈삼진 9개를 기록하며 시즌 16승째를 거뒀다. 그러나 경기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장면은 뜻밖에도 또 다른 한화의 젊은 투수에게서 나왔다.
7회 초, 한화가 8-3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등판한 신인 정우주가 단 9개의 직구로 3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는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당시 상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좌완 조동욱이 연속 볼넷으로 위기를 만든 뒤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정우주는 무사 1, 2루라는 부담스러운 장면에서 공을 이어받았다. 첫 상대는 임지열. 정우주는 주저 없이 직구를 밀어붙였다. 몸쪽 높은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더니, 바깥쪽 높은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어 시속 153km짜리 강속구를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높게 집어넣으며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두 번째 타자 김웅빈도 다르지 않았다. 초구 몸쪽 직구, 두 번째 바깥쪽 직구로 연달아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또다시 시속 153km짜리 바깥쪽 높은 직구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 루벤 카디네스. 이번에도 직구만 던졌다. 초구 몸쪽 낮은 직구로 스타트를 끊고, 2구째 바깥쪽 직구에 헛스윙을 유도했다. 그리고 3구째 시속 152km짜리 강속구를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코스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타자는 전혀 맞히지 못했다. 세 타자 연속 3구 삼진. 9개 공 모두 직구였다.
그 순간 고척돔의 관중석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고, 스카우트들도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KBO리그 신인 투수가 단 한 이닝을 이렇게 압도하는 장면은 흔치 않다. 정우주는 이 기록으로 리그 역대 11번째 '무결점 이닝'을 달성했다. 신인으로서는 지난해 두산 김택연에 이어 두 번째, 한화 소속으로는 무려 13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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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화의 불펜 정우주가 지난 28일 고척 키움전에서 7회 마운드에 등판해 직구 9개로 3개의 삼진을 잡은 뒤 한화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 = 한화] 2025.08.28 wcn05002@newspim.com |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우주는 "불펜에서 던질 때부터 느낌이 좋았는데, 마운드에 올라오니 공이 더 잘 갔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직구 일변도로 승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변화구도 쓰고 싶었지만 직구가 워낙 잘 들어가서 포수 이재원 선배님이 빠르게 직구 위주로 가자고 사인을 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8구까지 연속 스트라이크가 되니 기록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 공은 의식하고 던졌는데 결과가 좋아 기분이 좋았다"라고 웃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묻자, 정우주는 "좋게 봐주셨다면 감사하다. 저 역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미국에 진출하고 싶은 꿈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갈 길이 멀고,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프로 입성 첫해인 올해 정우주는 불펜에서 1군 경험을 쌓고 있다. 이날까지 43경기에 나서 2승 3홀드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 중이며, 41.2이닝 동안 무려 67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9이닝당 탈삼진은 14.5개에 달한다. 규정이닝 30% 이상을 달성한 선수 중 탈삼진율은 단연 1위다. 단순한 구속뿐 아니라 높은 회전수 덕분에 타자들이 체감하는 공의 위력은 그 이상이다. 마치 전성기 오승환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6월 2군에서 3주간 재정비한 뒤 후반기 성적은 압도적이다. 14경기에서 탈삼진 35개를 잡아내며 9이닝당 17.9개의 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정우주는 "이제야 제 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몸으로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는 선발투수로 뛰고 싶다. 류현진 선배님, 문동주 선배님을 보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