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오피니언 외부칼럼

속보

더보기

[추원식의 시선] 세계 최강국의 몰락, 27년간의 기록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추원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어느 강국이 있었다. 'A국'이라 하자. A국은 50여 년 전 경쟁자인 거대한 제국 E국의 침입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주변 소국들과 방위동맹을 결성했다. 당시만 해도 A국은 '자유 수호'라는 명분 하에 연합군을 이끌며 E국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외침이 물러간 후 A국의 행보는 달라졌다. 방위동맹은 점차 A국 중심의 '동맹'으로 변질되었다. A국은 동맹국들에게 막대한 분담금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하는 국가들을 무력으로 제압했다. 동맹 탈퇴를 시도한 N국은 봉쇄당한 채 굴복할 때까지 포위되었고, 반란을 일으킨 S국은 철저히 파괴되고 참혹한 보복을 당했다.

A국은 '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우면서도 동맹국들의 내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친A 정권 수립을 위해 쿠데타를 조장하고, 반대 세력은 제거했다. 동맹의 공동 금고마저 자국 영토로 이전하며 사실상 조공 체제를 구축했다. 수십 년간 무역로를 장악하며 전례 없는 번영을 구가한 것도 이러한 착취 구조 위에서였다.

추원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그러나 A국의 급속한 팽창은 필연적으로 기존 질서의 수호자들과 충돌을 불러왔다. 동맹 소속으로서 전통적 군사강국 S국은 A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동맹을 결성했다. S국은 엄격한 군사체제와 보수적 정치시스템으로 유명했으나, A국의 혁신적 해상전력과 경제력 앞에서는 수세에 몰려 있었다.

갈등의 불씨는 무역 중심지 C국에서 터졌다. A국이 C국의 문제에 개입하면서 양 진영 간 대리전이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제한적 충돌로 보였으나, A국이 적대 세력에 대한 경제봉쇄를 단행하면서 전면전으로 확전되었다. 이는 27년간 지속된 '대전쟁'의 시작이었다.

전쟁 초기 A국은 해상 우위를 바탕으로 적국 영토를 봉쇄하며 압박했다. 반면 S국은 A국 본토를 직접 침공하여 산업 기반을 파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양측은 10년간 소모전을 벌인 끝에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나, 이는 일시적 휴전에 불과했다.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오른쪽 첫 번째)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유콘'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결정적 전환점은 A국의 무리한 원정이었다. A국은 멀리 떨어진 부유한 지역을 정복하여 전쟁의 판도를 바꾸려 했다. 그러나 이 '원정작전'은 참혹한 실패로 끝났다. A국 최정예 함대와 수만 명의 병력이 전멸하면서 A국의 국력은 치명타를 입었다.

이후 S국은 A국의 숙적이었던 P국과 동맹을 체결하며 해상에서도 A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A국의 동맹국 여러 곳에서 반란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A국 내부적으로는 민주정치가 흔들리며 극단주의 세력이 등장했다. 경제적 파탄과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A국은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 능력을 잃었다.

마침내 A국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동맹은 해체되었고, A국의 대외군사력은 대부분 해체되었다. 민주정치도 일시 중단되며 과두정이 들어섰다. 수십 년간 구축한 패권 체제는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이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기록이다. A국은 아테네, S국은 스파르타, 그리고 저 참혹한 원정작전은 시켈리아 원정이었다. 당시 지중해 세계 최대 강국이었던 아테네 제국이 27년간의 전쟁 끝에 몰락한 역사적 사건이다.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이 전쟁사는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급속한 세력 팽창이 기존 질서와의 충돌을 불러오는 '투키디데스 함정', 과도한 확장주의가 국력 소모로 이어지는 '제국의 딜레마', 그리고 내부 정치 갈등이 대외 위기와 맞물리며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현상 등이 그것이다.

[서울=뉴스핌] 한-미 통상협의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2025.07.30 photo@newspim.com

현재 국제질서 또한 기존 패권국과 신흥강국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경제전쟁, 기술패권 경쟁, 동맹체제 재편 등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겪었던 갈등 구조가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그 본질은 판에 박아 놓은 듯이 재현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을 맞춘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2,400년 전 그리스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지속가능한 성장과 겸손한 리더십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의 원천임을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웅변한다.

*대한민국 금융·증권법 분야에서 30여 년 경력을 쌓은 추원식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 경주지청 검사로 공직을 시작해 법무법인(유) 광장에서 시니어 에퀴티 파트너로 활동하며 ECM·증권금융 분야를 이끌었다. 교보증권, 대신자산운용, 리딩증권 등 주요 금융사 고문변호사를 역임했고, 금융위원회 BDC 설립 추진 자문위원, 거래소 코넥스 이전 상장 자문위원으로 산업 현안에도 기여했다. 공무원연금공단·건설근로자공제회·한국농어촌공사 투자심의·법률 자문 등 공공·민간 영역에서 폭넓게 활동하며 서강대 대학원 등에서 자금조달과 Pre-IPO 과정을 강의해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혜훈 "韓 경제, 회색코뿔소 상황"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가 29일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무시하고 방관했을 때 치명적인 위협에 빠지게 되는 회색코뿔소(Gray Rhino)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임시 집무실이 차려진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가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고물가 고환율의 이중고가 민생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2.29 choipix16@newspim.com '회색코뿔소'라는 용어는 미국 경제학자 미셸 워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사용했다.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이 후보자는 "단기적 대응을 넘어서서 더 멀리 더 길게 보는 그런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이런 맥락에서 기획예산처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5대 구조적 문제점으로는 인구, 기후, 극심한 양극화, 산업 대격변, 지방 소멸을 꼽았다. 다만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발생한 '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과 기획을 연동하는 방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기획과 예산을 연동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지출은 찾아내서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게 하고, 그 투자는 또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런 전략적 선순환을 기획예산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후보자는 '현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별도로 (간담회 등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야당 정치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기획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12-29 10:00
사진
다시 '청와대'…李대통령, 오늘 첫 출근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부터 청와대로 공식 출근한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약 3년 7개월 만으로,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도 '청와대'로 다시 돌아간다. 이 대통령이 출근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 0시부터 용산 대통령실에 걸려 있던 봉황기가 내려가고 동시에 청와대에 게양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옛 국방부 청사인 용산 대통령실로 마지막 출근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부터는 청와대에서 집무한다. [사진=대통령실] 봉황기는 대통령 재임 중 상시 게양되는 국가수반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인 무궁화를 가운데 두고, 상상 속의 새 봉황 두 마리가 마주 보는 문양이다. 봉황기는 윤석열정부 시절 한 번 하기된 바 있다. 올해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면서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출근함에 따라, 업무표장(로고) 역시 과거 청와대 것으로 돌아간다. 용산 시대가 저물고 청와대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의 청와대 연내 복귀는 많은 해석을 낳는다. 새해부터 국민주권정부의 새 출발을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과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등의 사건이 벌어진 지난 정부와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 등이다.  청와대가 다시 문을 열면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통령 집무실이 여민관에 마련된 점이다. 청와대는 크게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본관' ▲비서관실과 수석실이 분산 배치된 '여민관 1~3동' ▲외빈 맞이와 행사를 갖는 '영빈관' ▲'대통령 관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 등으로 구성된다. 박근혜 정부까지는 대통령 집무실이 본관에 위치했다.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관과 500m 떨어져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참모진이 있는 여민관에 마련해 거리를 좁힌 바 있는데, 이 대통령도 여민관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과 여민관 집무실을 함께 쓴다는 방침이다. 주로 쓰는 집무실은 여민관이다. 여민관에서 일하는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모진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다.  국가상징구역 종합계획도 [자료=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대통령 집무실이 '구중궁궐'이라는 비판을 듣는 청와대로 이전을 한 만큼 국민과의 소통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도 이를 의식 중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청와대 이전 후에는 대통령 일정과 업무에 대한 온라인 생중계 등을 더 확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청와대 시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꾸준히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의 입지가 확정되기도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대통령 세종집무실 목표 준공 연도는 2030년 상반기다. 아직 목표만 세운 단계라 더 늘어질 수도, 더 당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 행복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조금 더 서둘러야 할 것 같다"며 공정 단축을 주문한 바 있어 준공 시기가 조금 더 앞당겨 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pcjay@newspim.com 2025-12-29 06:0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