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통증을 대신 앓는 대속자로서 시인의 풍모를 여실히 드러내
육사 선생의 문학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대구=뉴스핌] 김용락 기자=박승민 시인(전 대구·경북작가회의 대표)이 시집 '해는 요즘도 아침에 뜨겠죠'(창비)로 올해 제22회 이육사시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돼, 26일 오후 안동에 있는 이육사문학관에서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아빠가 늘어진 아이의 목과 발바닥을 세워서/흔들며 마을 사람들에게 울부짖는다//폭격이 지나간 얼굴은 검게 탔다/기저귀 위로 시멘트 가루가 수의처럼 뿌옇다"('분노 뒤에 오는 것-가자 지구' 부분)
'인도네시아까지 끌려온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던 수용소를 보고/네덜란드 식민주의자들이 지었다는 암바라와의 낡은 성을 나오는데'('마호가니 연립주택'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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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용락 기자]박승민 시인이 올해 제22회 이육사시문학상을 수상해 시상식을 개최했다. 2025.07.27 yrk525@newspim.com |
이육사시문학상은 항일 민족시인인 육사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상인데, 수상자 박승민 시인은 자신의 시적 시야를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현재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폭력성과 참상에까지 확대하면서 인권과 평화에 대해 날카롭게 발언하고 있다.
심사위원장 최문자 시인은 심사평에서 "이 시집은 제목과는 다르게 역설적으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일상적 삶이 어느 한순간 어긋날 수도 있음을 아프게 경고합니다. 지구의 통증을 대신 앓는 대속자로서 시인의 풍모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승민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이육사 선생의 까마득한 고향 후배로서 육사 선생의 문학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고, 아울러 대구·경북지역에 훌륭한 문인들이 많은데 그분들과 함께 육사 선생의 뜻을 올곧게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박 시인은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200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했으며, 시집 '지붕의 등뼈' '슬픔을 말리다' 외 여러 권이 있다. 가톨릭문학상 신인상, 작가정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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