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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②인사청문회는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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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제한적 참여와 대통령 중심주의의 절충 – 정치적 충돌과 형식의 딜레마

프랑스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미국과는 달리, 대통령중심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제5공화국 헌정 구조 내에서 점진적으로 제도화되었다. 1958년 헌법 제정 당시에는 대통령과 총리가 장관을 제청·임명하되, 국회가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정부 시절, 헌법 제13조 개정을 통해 일부 고위공직자 임명에 대한 국회의 의견 제출권이 처음 도입되었다.

프랑스 정치학자 다니엘 르푀브르(Daniel Lefeuvre)는 『제5공화국의 권력구조(Le régime politique de la Ve République)』(2011)에서 프랑스 청문회 제도가 상징성과 투명성 제고에는 일정한 역할을 하였지만, 여전히 대통령 권한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수단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프랑스 인사청문회의 한계를 "절차적 정당성은 존재하되, 정치적 책임성이 결여된 구조"로 규정한다.

프랑스의 인사청문회는 국회 양원 위원회에서 비공개 또는 공개 청문을 진행하지만, 최종 결정은 대통령에게 있다. 실질적 거부권이 없다는 점에서 제도적 효용성은 낮다. 프랑수아 피용(François Fillon)은 2017년 대선 유력 후보로 출마했으나, 가족에게 허위 보수를 지급한 혐의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고, 해당 사건은 프랑스에서 공직자 윤리 검증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알자지라(Al Jazeera, 2017)는 이를  "프랑스 민주주의의 병적 구조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했다. IMF 총재 출신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Dominique Strauss-Kahn)의 성추문 역시, 공식 청문회 없이도 여론과 언론의 강력한 감시가 제도 외부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다니엘 르푀브르(Daniel Lefeuvre)는 『제5공화국의 권력구조(Le régime politique de la Ve République)』(2011)에서 이러한 사례들이 제도화되지 않은 인사검증 체계의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 르푀브르는 이 연구에서 프랑스의 인사검증제도가 "절차적 정당성은 가지고 있으나, 실질적 책임성은 결여된 이중구조"라고 지적하며, 청문회 제도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8년 헌법 개정을 통해 일부 고위직에 대한 국회의 의견 제출 권한을 부여했지만, 여전히 실질적 제약은 미미한 상태다. 프랑스의 청문회 과정이 비판만 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장 피에르 슈벤망(Jean-Pierre Chevènement) 전 내무장관은 1997년 인준 당시 교육, 국방, 내무 등 다양한 부처 경험과 공직 내 청렴성으로 인해 야당 의원조차 찬사를 보냈으며, '공직자의 윤리적 롤모델'로 기록된 바 있다.

정치평론가 뱅상 마르텔(Vincent Martel, 2015)은 『프랑스 청문회의 정치와 상징(La politique symbolique de l'audition publique)』에서 슈벤망의 사례를 "희귀하지만 제도 바깥에서도 청문회의 이상을 구현한 경우"로 꼽았으며, 제라르 베르나르(Gérard Bernard, 2019)는 『정책과 공적 인사(Politiques et personnages publics)』에서 "청문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더라도, 인사의 도덕성과 전문성이 제도 밖에서라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담도 역설적으로 인사청문회의 약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즉 청렴하고 윤리적으로나 능력면에서 탁월한 후보는 이미 국민과 여론의 평가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굳이 인사청문회의 까다로운 절차조차 필요없다는 방증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판을 반영해 프랑스는 2013년부터 고위공직자 윤리기관(HATVP, 고위공직자윤리청)을 설치해 모든 장관 및 공직후보자에 대해 '재산·이해충돌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사전 심사받게 한다. 프랑스 인사청문회 제도는 여전히 제한적인 권한 구조 속에 있으나, 몇 가지 긍정적인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개 질의 절차는 최소한의 투명성을 보장하며, 언론과 시민사회에 의해 일정 수준의 견제가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뱅상 마르텔(Vincent Martel, 2015)은 이러한 절차를 "제도적 효력보다는 정치적 상징과 여론의 검증이라는 점에서 가치 있는 절충"이라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프랑스 헌법상 대통령 중심의 인사권이 매우 강고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국회의 실질적 견제 기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학자 샤를 에브랄(Charles Hébrard, 2019)은 『프랑스의 인사정치와 권력균형(La politique de nomination en France et l'équilibre institutionnel)』에서 "청문회의 제도적 비효율은 행정부의 독점적 권력 구조에서 기인하며, 국회 의견이 형식적으로만 존중될 뿐 실제 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하였다.

국제적으로도 프랑스의 인사청문 제도는 제한된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유럽대학원(European University Institute, 2022)은 유럽 주요국의 고위공직자 검증제도를 비교 분석한 보고서에서 "프랑스는 대통령제 국가 중 가장 약한 수준의 의회 개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공직자 윤리성 검증이 정당 내부의 정치적 동기나 언론에 의존하는 구조로 편중되어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평가를 반영할 때, 프랑스 인사청문회 제도는 정치적 상징성과 언론을 통한 간접 견제를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제도적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제적 보완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인사청문회, 제도적 문제점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2000년 7월 제정된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공식화되었다. 초기에는 대법원장, 대법관, 감사원장 등 헌법기관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2005년 법 개정을 통해 국무위원(장관)까지 청문 대상이 확대되었다. 청문회에 대한 절차적 근거는 「국회법」 제65조와 「인사청문회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국회 상임위 중심으로 청문이 진행된다.

그러나 한국의 청문회는 미국과 달리 국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박찬준(2018)은 「한국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이러한 법적 구속력 부재가 청문회를 단순한 여론전을 위한 정치 이벤트로 전락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자료 제출 강제력 부족, 위증에 대한 실질적 처벌 부재, 정당별 이슈 몰이의 반복을 한국형 청문회의 취약점으로 꼽았다.

2023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인사청문제도의 운영 실태와 개선 과제』에서도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임명이 가능한 현행 제도를 "책임정치의 제도화에 실패한 구조"로 평가하며, 국회의 실질적 견제기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제안하였다. OECD(2021)의 『정부개혁 리뷰(Government at a Glance)』 또한 한국 청문회 제도의 형식성과 정쟁화를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시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권고하였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제도적 장치는 갖추었으나, 정치적 환경과 법적 구조의 제약으로 인해 실질적 검증과 견제 기능이 약화된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2023)의 『인사청문제도의 운영 실태와 개선 과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장관 후보자 중 약 18명이 재산신고 누락, 논문 표절, 갑질 의혹 등으로 낙마하였다. 특히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정치적 사냥인가, 정당한 검증인가"라는 거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문회는 국민적 신뢰보다는 여야의 정치적 소모전, 정파적 이익 추구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찬준(2018)은 『한국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현행 제도는 형식적 제도화는 되어 있으나 실질적 견제 기능은 결여되어 있으며, 위증죄나 자료제출 거부에 대한 처벌도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였다. OECD(2021)의 『정부개혁 리뷰(Government at a Glance)』는 한국 청문회의 '정쟁화된 비효율'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정치책임과 제도 개선 없이는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개선방안으로는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의 절차적 분리 구조를 참고할 수 있다. 미국은 후보자에 대한 비공개 '예비 청문회(pre-hearing review)'를 통해 사실관계와 민감 사안을 사전에 정리하고, 이후 공개 청문회에서는 정책 철학, 공공 윤리, 국정 운영에 관한 질의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구조는 정쟁화와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면서도, 청문회의 생산성과 집중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엘런 보로위츠(Ellen Borowitz, 2018)는 『청문회 정치의 형성(The Formation of Confirmation Politics)』에서 "공개 청문회와 비공개 사전 검증을 병행하는 구조는 청문회의 민주적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정쟁과 폭로 경쟁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절충안"이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미국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20)은 비공개 예비 검증을 통해 위원회의 질의 질이 향상되며, '정치적 함정 질문'의 빈도도 낮아진다는 실증적 분석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의 청문회 제도 개선에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자료 제출의 강제력 강화, 독립된 윤리 검토 위원회 구성, 공개·비공개 검증 단계의 구분 운영 등을 통해 청문회의 제도적 신뢰를 회복하고, 청문회를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닌 '숙의적 자격 검증'의 장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의원내각제 국가의 청문회와 앤드루 잭슨의 교훈

의원내각제 국가들에서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제 국가와는 다른 제도적 궤적을 따라 발전해왔다. 영국은 전통적인 셀렉트 위원회 시스템을 통해 장관의 자질과 정책 방향을 공개적으로 질의하며 비공식적이지만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독일과 일본은 공식 청문 절차 없이 정당 내부 검증과 언론 여론을 통해 사전 정화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앤드루 잭슨 대통령 시절 '엽관제도, 즉 스포일즈 시스템(Spoils system)'의 도입과 그 폐해로 인한 비극적 사건들을 계기로 공직자 검증 제도가 제도화되었고, 이후 인사청문회는 견제와 균형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의원내각제의 검증제도와 젝슨 대통령이 도입한 스포일즈 제도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개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영국: 사후 책임 중심의 셀렉트 위원회 모델

영국은 내각제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불리며, 행정부 수반이 입법부의 수장과 동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인사 과정이 내각 내부 및 정당 구조 안에서 조율된다. 장관 임명 전 별도의 공식 청문회는 존재하지 않지만, 하원은 부처별로 셀렉트 위원회(Select Committees)를 운영하며, 이들이 장관의 정책 방향, 윤리 문제, 과거 행적에 대해 공개 질의를 수행할 수 있다. 위원회는 여야 의원으로 구성되며, 평균적으로 11명 내외의 위원이 참여하며, 위원장은 야당 의원이 맡는 경우가 많다.

셀렉트 위원회 제도가 정비되기 전, 영국의 고위공직자 임명은 대부분 총리의 재량과 정당 내부의 권력 구조에 의존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공식적인 검증 절차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정치적 충성도, 당내 인맥, 혹은 오랜 개인적 친분이 주요 결정 기준이 되었다. 특히 내각제 특성상 다수당의 총리가 내각 구성을 주도하고, 의회 다수의 지지를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장관 임명이 이루어지므로, 임명 과정 자체가 의회의 공식 심사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 같은 관행은 비공개성과 불투명성을 낳았고, 일부 부적격자나 부패 연루 인물이 임명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문제 인식이 누적되며,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정부 하에서 의회의 감독 기능 강화를 위해 도입되었다. 필립 노튼(Philip Norton)은 『영국 의회와 책임성(The British Parliament and Accountability)』(2001)에서 "셀렉트 위원회의 도입은 내각 중심 행정에 대한 의회의 감시 기능을 실질화하는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영국 의회의 "특별심사위원회" 또는 "정책감사위원회"로 번역 가능한 이 제도는 각 정부 부처별로 설치되며 장관의 업무 전반, 정책 방향, 윤리성 등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법적 근거는 1979년 개혁 이후 강화된 『House of Commons Standing Orders』 제152조에 명시되어 있으며, '정부 활동의 조사와 감시 기능'을 공식적으로 부여받는다. 위원회는 필요 시 "pre-appointment hearing"(임명 전 심문)을 통해 주요 공직 내정자에 대한 공개 질의를 수행하며, 보고서를 통해 총리에게 권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특히 BBC, Guardian 등 주요 언론은 셀렉트 위원회 심문을 실시간 보도하며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다(Martin Loughlin, 2010; House of Commons Library, 2022).

메간 윌리엄스(Megan Williams)는 『영국의 셀렉트 위원회와 민주적 통제(Select Committees and Democratic Control in the UK)』(2015)에서 "비록 법적 권한은 제한적이나, 공개 질의와 보고서 작성이라는 절차 자체가 정치적 억제력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하원 정치개혁위원회(House of Commons Reform Committee, 2009)는 "셀렉트 위원회는 내각 중심의 의회 정치에 대한 실질적 감시와 정책 자문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기관"이라 평가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2년 제레미 헌트 문화부 장관 내정자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과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을 받은 사건이 있다. 당시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 셀렉트 위원회는 청문회를 열어 헌트 장관의 중립성과 자격을 집중 추궁했고, 야당 의원들이 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그의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결국 언론의 집중 보도와 정치적 압력 속에 헌트는 사퇴하지 않았지만, 보수당 정부는 관련 업무에서 그를 제외시키며 위원회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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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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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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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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