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입양기록관 예산 '절반' 삭감
예산 부족에 냉각관·스프링클러 부족
긴급 예산·영구 기록관 설립 요구 빗발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정부가 입양 절차 전반과 해외 입양인의 기록물을 관리한다고 밝혔으나, 기록물을 보관할 임시 서고가 쿠팡 냉동창고 건물로 정해져 기록물 보관장소로 적절치 못하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에서 보관하던 해외 입양인의 기록물이 모두 이관될 쿠팡 냉동 물류창고의 경우 온도·습도 조절, 화재 대비 시스템 등이 공공기록물 보존 기준치에 미비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책임있는 이관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해외입양기록의 윤리적 이관과 국가책임'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쿠팡 냉동창고에 보관될 입양인 기록…냉각관·스프링클러 절반 설치
지난 2023년 개정된 '국제입양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정부는 민간 입양기관에서 파편적으로 보관한 해외입양기록을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해외입양인의 정체성을 담은 자료를 국가가 직접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입양인 기록물이 이관되는 임시 서고는 경기 고양시 외곽에 있는 쿠팡 냉동창고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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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물 보존 환경 [자료=오경한 전북대 기록관리학과 연구원] 2025.07.07 sdk1991@newspim.com |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임시 서고는 온도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기록물이 장기적으로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록물이 종이로 된 만큼 곰팡이, 오염물질, 벌레 등에 의한 훼손을 주의해야 하는데, 차고 문이 벽이 아니라 롤업 형식으로 돼 있어 먼지, 오염물질이 들어오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정나영 메리 바워스 건설사업관리자는 "온도 조절, 먼지 차단에 사용되는 공기 커튼이 설치됐지만 공기커튼이 하루 종일 작동하지 않으면 환경을 보호할 수 없고 하루 종일 가동된다면 공기가 건조해져 습도 균형이 깨질 수 있다"며 "어느 경우든 보존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입양기록 긴급행동도 "입양 기록에는 한국어 본명, 출생 기록, 친모 등 출생 가족 등에 대한 핵심 정보가 담겨 있다"며 "그런데 이관 절차가 충분한 보호조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입양기록 긴급행동은 "(임시 서고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부족해 온도와 습도 조절, 화재 대비 시스템, 보안 디지털 인프라가 모두 공공기록물 보존 기준치에 미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민감한 개인과 사회의 역사 기록을 보존하거나 입양인들이 방문해 열람하기에 적절한 환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해외입양인이 방문하기 어려운 위치와 스프링클러 미비, 트라우마 지원 공간 미설치 등도 함께 지적됐다. 당장 기록물을 모두 이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명시된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 관리자는 "임시 서고로 가려면 국회로부터 3번의 버스를 타고 1번의 지하철을 환승해야 한다"며 "입양인이나 국제 방문객에는 도전 과제"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예산 제한으로 냉각관, 스프링클러도 충분히 설치하지 못해 곰팡이 발생 위험이 있다"며 "입양인이 자료를 검토할 공간이나 방음 시설, 트라우마 지원 공간도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 입양기록관 예산 삭감한 기재부…전문가 "긴급 예산 투입해야"
복지부와 보장원이 임시 서고를 물류창고로 지정할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예산 부족에 있다. 복지부와 보장원은 지난해 임시서고, 입양기록물 전수조사, 입양기록관 초기 설계 비용을 기재부에 요청했으나 예산을 삭감해 배정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 원장은 "국가 기록원의 '기록관 및 특수기록관의 시설 환경 기준'에 부합하려면 가능한 유형이 지식산업센터와 물류센터밖에 없었는데 지식산업센터는 여러 명이 주인인 문제가 있어 물류센터일 수밖에 없었다"며 "기준에 맞는 임시 서고를 신중히 선정했고 고를 수 있는 대안 중 접근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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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기록물 임시 보관소 [자료=정나영 메리 바워스 건설사업관리자] 2025.07.07 sdk1991@newspim.com |
정 관리자는 "보장원은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을 결합해 김포에 설립하는 계획을 내세웠었고 놀라운 아이디어였다"며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시 보관 시설 계획, 전체 기록 조사, 미래 아카이브 계획이 모두 축소됐거나 지연됐다"며 질타했다.
한국 출신 입양인인 김오묘 보스턴 칼리지 상담심리학 부교수는 "기록물 이전과 보존은 존엄성을 담아 이뤄져야 한다"면서 "보장원이 기재부로부터 요청한 입양 기록 보관소 예산의 절반만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시스템과 맞서 싸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기재부가 긴급 예산 편성을 투입해 책임 있는 완전 이관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록 관리 최종 목적이 활용될 수 있도록 열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양기록 긴급행동은 "임시 서고에 대한 전문가 평가하고 보존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긴급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며 "편지, 사진, 원문 서류를 포함한 모든 자료가 누락 없이 이관되도록 외부 감시 기관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입양인이 디지털 또는 물리적으로 기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방화 서버실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양기록 긴급행동은 "기록 열람을 위한 안전한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며 "입양기록을 국가유산으로 공식 인정하고 영구적 입양기록관 설립을 조속히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임시서고는 한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며 "영구적 보존 시설을 건립해 입양의 역사와 가치를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입양기록은 누군가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단서"라면서 "국가의 품격은 기록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도 "저희는 최선이었지만 해외입양인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 이해가 된다"며 "임시 서고라는 표현을 계속 쓰는 이유는 영구적 기록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