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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호출산제 시작부터 '삐걱'…복지부 '입양기록관 예산 48억' 기재부 반려

기사입력 : 2024년07월18일 10:29

최종수정 : 2024년07월18일 10:29

보호출산제 7월 19일 시행…출생 증서 보관해야
아동권리보장원, 내년까지 25만건 기록물 이관
임시 서고·전수조사·기록관 설계비용 48억 필요
공공기록물법상 기록관 설치 의무…기재부 외면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위기 임산부를 돕겠다며 만든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입양 기록물과 위기 임산부의 인적사항 등이 담긴 출생증서를 보관할 '입양기록관'이 필요한데, 복지부가 요청한 예산 48억원을 기재부가 반려했기 때문이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보장원)이 요청한 입양기록관 관련 예산 48억원을 기재부에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예산심의에서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 입양기록·출생증서 들어오는데…임시보관·설립 설계 총 48억

정부는 지난해 6월 입양 체계의 전면 개편을 위한 '국내입양특별법'과 '국제입양법'이 통과함에 따라 국가가 입양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재부는 입양에 대한 국가 책임 약속이 무색하게 입양기록관 신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내입양특별법'에 기록관 설치 의무가 기재돼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보장원이 보관하는 입양기록물, 출생증서 등은 공공기록물이다. 따라서 '공공기록물법'을 적용받는다. '공공기록물법'은 기록관을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예산 부족으로 기록관을 설치하지 못할 경우 정부는 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된다.

'국내입양특별법'과 '국제입양법'이 작년 6월 국회를 통과됨에 따라 입양기관,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보관 중인 약 25만건의 입양기록물을 내년 7월까지 보장원으로 이관·보관해야 한다. 입양인은 보장원의 장에게 입양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서류와 배냇저고리 등인 유‧무형 입양기록물이 보장원으로 이관될 예정이지만, 보장원의 서고는 98% 찼다. 복지부와 보장원은 이같은 이유로 입양기록물 이관과 보관에 필요한 임시서고, 입양기록물 전수조사, 입양기록관 설계 비용을 담은 총 48억2500만원의 예산안을 기재부에 제출했다(표 참고).

임시 서고에 대한 추정 예산은 총 24억이다. 입양기록물은 보안과 유지가 중요하다. 스프링클러가 아닌 가스식 소화 장비가 설치돼야 하고 내부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장기간이 예상되는 입양기록관 신설을 고려한 임시 보관처다.

입양기록물 전수조사는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이관 전 비전자 기록물 보유 현황을 목록화하기 위해 실시된다. 입양기록물 목록을 작성하고 검수를 통해 누락기록물 여부도 확인될 예정이다. 소요되는 추정 예산은 총 9억2500만원이다.

입양기록관 신설에 필요한 추정 예산은 약300억원이다. 복지부와 보장원은 매입과 신규 설립 방식 중 예산을 나눠 단계로 진행할 수 있는 신규 설립을 택했다. 내년 설계해야 1년이라도 빨리 설립할 수 있어 설계에 필요한 예산 총 15억부터 편성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양인분들한테는 본인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자료가 여기밖에 남아 있지 않아 아주 중요하다"며 "영구 보존하려면 기록관을 단독 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이 가장 좋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기록관 설립이 단기간에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내년부터 빨리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 제도 시행됐는데 출생증서 보관할 입양기록관 준비 안돼

입양기록관은 입양기록뿐 아니라 오는 19일 시행되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에 따라 출산 공개가 어려운 위기임산부의 인적사항 등을 담은 출생 증서를 보관하는 장소로도 이용될 수 있다.

위기임산부는 익명 출산인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인적 사항, 상담 내용을 적은 출생 증서를 작성한다. 출산 후엔 아동의 성별, 성명 등 아동 정보도 기록된다. 출생증서와 아동 정보는 모두 보장원으로 이관돼 보완에 부쳐진다.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동이 보장원장에게 서류의 공개 요청을 할 수 있지만 생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호출산제가 시작하면 한두 장씩 쌓일 예정"이라며 "기록관이 세워지면 한쪽은 입양, 한쪽은 출생증서 기록물을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록관이 어디에, 어떤 규모로 세워질지 몰라 출생증서에 대해선 아직 논의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자료=보건복지부] 2024.07.18 sdk1991@newspim.com

보장원 관계자는 "입양인이나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한테는 탯줄, 정체성, 뿌리와 같은 것"이라며 "알 권리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해 잘 보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입양인들은 굉장히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인데 예상과 달리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입양에 대해 관리를 잘하자는 법이 개정된 사실은 알고 있어 편성 과정에서 고민은 하겠다"면서도 "법에 기록관을 만들라고 적혀 있진 않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가 건물 하나 짓고 싶은 것 같다"며 "기록관 건물이 따로 있어야 관리가 잘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기록관은 법에 따라 설립돼야 한다. 보장원이 공공기관이고 기록물은 공공기록물이라 '공공기록물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13조(기록관)'는 공공기관의 기록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은 기록관을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록관은 면적 기준과 하중 등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임시 서고는 기록관의 요건을 갖출 수 없다"며 "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선 당장 설계비를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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