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정자금 한도 상향, 비대면 신규 판매 완화로 대출 급증
대출 총량규제·LTV·DTI 강화 등 가능, "상황에 맞게 할 것"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최근 가계 부채 증가와 관련해 은행권이 올해 초 완화했던 대출 자율 규제를 다시 강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최근 심각한 가계부채 증가 배경이 올해 초 은행권의 대출 규제 완화가 주된 이유로, 당시 시점 수준으로 원상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24일 "사실상 대출인 전세를 합하면 가계대출은 3000조원에 육박한다"라며 "은행들이 올해 초 가계대출 관련 규제를 완화했는데 이를 다시 원상으로 복구해야 한다. 이것으로도 안된다면 대출 총량 규제나 기준금리 동결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
[표=한국은행] |
올해 초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 자율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경기 침체 우려와 실수요자 지원의 목적 때문이며, 연초 대출 총량 관리 한도 초기화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주요 은행권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고, 지난해 하반기 중단됐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의 신규 판매도 재개했다.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은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던 신용대출 한도를 해제했으며, 미등기 신규 분양 아파트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도 재개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도 기존 1.2~1.4%에서 0.6~0.7%로 인하했다.
그러나 올해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대출 증가폭이 3개월 연속 4조원을 기록하면서 금융당국의 방침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점이 찍히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1249억원으로 지난달 말 748조812억원 보다 4조437억원 늘었다. 이는 석 달 연속 4조원대 증가세이며, 특히 6월 가계대출 증가폭은 6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연 초에 수립한 월별·분기별 가계대출 관리목표를 엄격히 이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권과 부동산 가격 추이와 가계 대출에 대해 점검하는 회의는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율 규제에 대해서는 사실 어떻게 하라고 하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가계대출에 대해 잘 살펴보라고 하면 은행별로 거기에 맞추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것을 일률적으로 하면 자율규제는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압박으로 신한은행이 오는 25일부터 대출 모집인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했고, 농협은행도 이번 달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중단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기존 최장 50년에서 최장 30년으로 줄였다.
은행들은 일부 주담대 대출을 인상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4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7%포인트(p) 올렸고, 우리은행은 지난달 변동금리형과 5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6%p 인상했다.
현재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 더 강력한 조치가 시행될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대출 조절 수단에 대해 "지금 3단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조치를 하고 있는데 DSR을 조금 더 강화할 수도 있고, LTV(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를 조정할 수도 있다. 대출 총량 규제를 할 수도 있으며, 위험 가중치를 바꿀 수도 있는 등 수단은 많다. 다만 이를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 제도가 시행되지만,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량이 다소 줄겠지만, 그렇다고 대출이 아예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대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부동산 시장에 몰린 자본을 기업투자로 돌리기 위해 ▲금융회사에 완충자본을 부과하는 자본 규제 ▲주택담보대출의 규제 비용 인상 등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 분위기에 맞춰 가계대출 증가세가 유지되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새로운 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