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HD현대와 대산 공단 NCC설비 통합 논의 중
정부, 하반기 석유화학 후속 대책 발표..."구조조정 지속"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6개월 넘게 이어진 계엄령 및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정부 차원의 업계 구조조정 대책 마련은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당장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석유화학의 기초 설비인 나프타 분해시설(NCC) 통합 움직임이 시작됐다. 대산 단지 NCC설비 통합이 이뤄질 경우 국내 석유화학 산업 재편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NCC는 원유를 증류해서 만든 나프타를 800℃ 이상 고온 스팀으로 열분해해 석유화학의 기초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을 비롯해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다.
한때 NCC 보유가 석유화학회사의 경쟁력 중 하나였지만 중국이 자급률을 거의 100%로 끌어올리고, 중동의 회사들이 '꿈의 설비'로 불리는 'COTC(Crude Oil to Chemicals)' 설비로 기초제품 생산에 나서며 NCC는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
◆ 롯데케미칼, HD현대와 대산 공단 NCC설비 통합 논의중
1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그룹 HD현대오일뱅크는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가동 중인 NCC 설비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통합 방식과 관련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는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 롯데케미칼이 지분 40%를 보유한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통해 연간 85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통합 방식은 롯데케미칼이 대산단지에 보유한 설비를 HD현대케미칼로 넘기고,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 혹은 현물을 추가 출자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케미칼과 별도로 대산공단에 연 11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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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케미칼과 HD현대의 NCC 통합 논의가 국내 석유화학 산업 재편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 자율적으로 NCC설비 통합 등 다양한 구조조정 노력을 물밑에서 진행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주력 해외 공장 매각과 국내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장기 불황에 따른 선제 대응 조치에 나섰지만 각 업체별 이해관계가 달라 큰 틀의 통폐합 작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기업 자율에만 맡길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 정부, 하반기 석유화학 후속 대책 발표..."구조조정 지속"
정부는 하반기 중에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관련 후속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기존 범용 제품 설비 매각을 비롯해 친환경 소재,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산업 재편을 유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산업의 과잉 설비 문제를 해결하고 구조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공장 통폐합에 따른 세제 혜택과 사업재편을 위한 기업결합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시장점유율 증가로 경쟁이 제한되면 기업결합을 금지한다. 업계는 석유화학 등 위기업종에 대해선 예외 조항을 신설해야 할 것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국회에도 석유화학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해당 법안은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전기요금 감면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예외 인정 등을 골자로 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설비 통폐합 및 기초소재 사업 구조조정 움직임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일본의 NCC에서도 관측되고 있다"며 "중국 자급률이 높아지고, 일본의 경우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내수 수요도 축소되는 상황에서 석유화학 사업 경쟁이 심화되며 원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동아시아 기초소재 설비들의 구조조정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