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강화 취지 이해하지만 객관성 염려돼"
"비자 문제는 해결책 없어...기다려 보는 중"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미국 정부가 자국에서 유학하려는 유학생들의 신규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함에 따라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던 사람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은 지난 28일 유학생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미국 외교 공관에 비자 인터뷰를 예약하려고 해도 선택 가능한 날짜가 표시되지 않는 것이 확인되며 빠르게 확산됐다.
김모 씨(33)는 올해 9월부터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의 교육대학에서 교육학 박사과정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유학원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학을 준비 중이던 김 씨는 비자 발급 중단에 걱정하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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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28일부터 미국 정부가 유학생 비자 발급을 위한 인터뷰를 일시 중단함에 따라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던 학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강남의 한 유학 컨설팅 학원. 2025.05.29 calebcao@newspim.com |
◆ 새로 생긴 규정에 학사 일정 틀어질까 염려
김 씨는 29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비자 신청을 일찍하고 싶었는데, 학교에서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는 연락을 받아 장학금 등 펀딩을 논의하느라 I-20(유학생 비자) 발급이 늦어져서, 비자 예약을 신청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비자 중단이 갑작스럽게 발표가 돼 당황스럽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식을 전해들은 부모님도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 올해 초부터 다른 해와 달리 입학 취소, 대학교 예산 삭감, 유학생 비자 취소 등의 소식을 유학 준비 단계에서부터 많이 접해왔다고 한다.
김 씨는 "힘든 상황에 대한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덤덤한 면도 있다"며, "비자 발급 중단에 'SNS 검열' 등 새로운 기준이 추가된 것이어서 '잠시' 중단되는 것이라고 믿고 유학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출국이 늦어질 경우도 고려해 대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번 미국 정부의 심사 강화는 미국 대학가에서 불고 있는 반(反)유대주의와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몇몇 대학에서 해외 유학생들이 이러한 집회에 참석한 사례가 발견됐으며,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가한 유학생의 비자가 대거 취소되기도 했다.
김 씨는 "많은 이민자나 외국인을 수용하는 국가인 만큼 SNS검열을 통해 심사를 강화하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에 대해 이해는 된다"면서도, "반유대사상이나 폭력, 혁명 등 사회,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와 글들이 검열된다고 하는데, 어떠한 기준으로 얼마나 객관적으로 적용될지가 걱정이다. 지나친 기준으로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도 입국이 거절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검열이 철저한 만큼 비자 발급 시간도 많이 지체될까 염려가 된다"고 토로했다.
미국 유학 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먼저 주한미국대사관 및 영사관에 인터뷰 일정을 예약해야 한다. 그러나 발급 중단 발표일로부터 인터뷰 예약 시스템이 중단돼 현재는 예약 날짜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씨의 경우 9월 말에 개강을 한다. 개강 일주일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기 때문에 늦어도 9월 중순에는 현지에 도착해야 한다.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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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제닌 피로 워싱턴DC 임시 연방 검사장 취임식에서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뾰족한 대책 없어..."기다려보는 중"
김 씨는 "비자 예약 시스템이 열리면, 혼잡하여 아마 보름 정도 후에 비자 인터뷰 예약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며 "인터뷰를 마치면 보통 2~3일 후에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이 도입되면 시간이 더 소요되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오리건 주는 특히 집을 구하기 힘든 지역인데, 특히 9월에는 개강하는 학기라 렌트가 더욱 어렵다고 전해 들었다"며 "문제가 장기화되면 학교 수업과 연구 계획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 여러모로 피해가 발생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유학생 카페에서도 비자 발급 중단 문제로 걱정하는 유학 준비자들이 걱정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언제쯤 정상화가 될지 걱정이 된다"며 "빠른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 B씨는 "8월에는 미국에 가야 하는데 걱정된다"며 "학교도 다 합격한 상태고, 이제 비자 신청을 할 차례이다. 학교에서 비자 인터뷰를 하라고 이메일도 왔는데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유학원들도 이번 비자 발급 중단에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강남의 한 미국 유학원은 관계자인 C씨는 "평소보다 비자 관련 때문에 해결책을 묻는 상담 전화가 늘었다"면서도 "비자는 대책을 세운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냥 기다려보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