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을 향한 발포 명령을 거부해 면직됐다 42년 뒤 취소된 고(故) 안병하 치안감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퇴직연금 소송에서 이겼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안 치안감의 공무원 퇴직연금 일시금 계산이 잘못됐다며 부인 전임순씨가 공단을 상대로 낸 지급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929년생인 안 치안감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전남경찰국장(경무관)으로 신군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 지시와 발포 명령을 거부했다. 그는 "달아나는 학생을 뒤쫓지 말라", "공격적 진압보다 방어진압을 우선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전남도청 진압 작전을 이틀 앞둔 5월25일에는 정부가 내린 '경찰무장 지시'까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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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이용섭 광주시장이 9일 오후 동구 옛 전남도청에서 5·18당시 발포명령을 거부하고 시민을 보호한 민주경찰 '고 안병하 치안감 추모식'에 참석해 유가족, 주요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광주시] 2021.10.09 kh10890@newspim.com |
신군부의 눈 밖에 난 그는 직위 해제된 뒤 보안사에 끌려가 조사받고 같은 해 6월 2일 의원면직됐다. 이후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하다 1988년 10월 10일 숨을 거뒀다.
경찰은 2017년 안 치안감을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하고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1계급 특진 추서했고, 인사혁신처는 2022년 3월 의원면직이 불법 구금과 고문 등 강박에 의한 것이라며 취소했다.
이후 전씨는 2023년 공무원연금공단에 퇴직유족연금 일시금을 청구했는데, 공단은 안 치안감이 계급정년에 따라 1981년 6월 30일 퇴직했다고 보고 일시금을 29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
유족들은 정년 계산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안 치안감의 퇴직일은 당시 경무관 계급정년을 적용할 경우 1981년 6월30일이고, 연령정년을 적용하면 사망일인 1988년 10월10일이다. 연령정년은 기준 나이인 만 61세가 되기 전 숨진 경우 사망일을 퇴직일로 본다.
법원은 이 같은 유족의 주장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안 치안감에게 연령정년을 적용해 퇴직일을 1988년 10월10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점이 판결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권익위는 고인의 1980년 6월 2일자 의원면직은 강압에 의한 사직 의사표시에 기초한 위법한 행정처분이므로 취소한 뒤 미지급 급여를 지급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고인의 퇴직일은 1980년 해직자보상법 적용을 받는 사람들과 형평 등을 고려해 연령정년을 적용하라는 의견표명을 했다"고 제시했다.
또 2022년 4월 경찰청이 권익위 권고에 따라 1988년 10월까지 기간에 대한 미지급 급여를 지급한 점도 언급하며 "경찰청장은 고인에게 계급정년이 아닌 연령정년을 적용해 고인이 재직 중인 1988년 10월 10일 사망으로 퇴직했다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