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B&W 품고 오디오 왕국 확장
독립경영 보장 속 전략적 인수 결정
음향기술, 삼성 기기 전반에 접목
삼성전자와 시너지 본격화 기대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HARMAN)이 세계적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추가 확보하며 오디오 사업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하만은 최근 미국 마시모(Masimo)의 소비자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인수는 삼성의 '비(非)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기반이자, 향후 양사 간 기술 시너지를 본격화하는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이번 계약으로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B&W),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가로 확보했다. 기존 JBL, AKG, 하만카돈 등과 함께 하만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소비자 오디오부터 카오디오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된다. 특히 B&W는 고급 무선스피커 '제플린(Zeppelin)', 프리미엄 헤드폰 'PX7', 하이엔드 스피커 '노틸러스(Nautilus)' 등으로 명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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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5에서 하만의 차량용 앱 스토어 '레디 링크 마켓플레이스(Ready Link Marketplace)'를 체험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와 하만 간 시너지 창출의 기반이 더욱 견고해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당시부터 독립경영을 보장해 왔으며, 하만은 자체 기술력과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오디오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실제로 삼성의 모바일과 TV, 가전 제품군에는 이미 하만의 음향 기술이 깊숙이 적용돼 있다.
삼성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에는 AKG 튜닝 기술이 반영돼 있고, QLED·OLED TV 및 사운드바에는 하만카돈 기반의 사운드 엔진이 장착돼 있다. 이번 인수로 확보된 고급 오디오 브랜드들의 음향 기술이 삼성 제품 전반에 적용될 경우, 사용자 경험을 더욱 차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는 B&W의 헤드폰 기술이, 하이엔드 TV 및 사운드바에는 마란츠의 앰프 튜닝 기법이 활용될 수 있다. 무선 이어폰과 노트북 등에서도 데논의 오디오 회로 기술이 접목되면 제품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의 연계도 기대를 모은다. 하만이 보유한 다양한 오디오 기기들이 스마트홈 생태계에 통합되면, 오디오 중심의 연결 경험도 한층 고도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실의 B&W 스피커와 침실의 JBL 사운드바, 갤럭시 스마트폰을 하나의 앱으로 통합 제어하는 환경이 현실화될 수 있다.
하만 라이프스타일 사업부 사장 데이브 로저스(Dave Rogers)는 "이번 인수는 하만의 핵심 오디오 사업을 홈 오디오, 헤드폰, 하이파이 컴포넌트, 카오디오 등 주요 제품군 전반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진전"이라며 "하만의 기존 강점과 보완되는 부분이 많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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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하만협력팀장 윤준오 부사장이 CES 2025 하만 프라이빗 전시장에서 차량용 신제품과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삼성 입장에서는 하만의 오디오 사업 확장이 스마트폰·TV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용 전장 사업과도 연계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기존 카오디오 브랜드에 더해 B&W와 마란츠가 추가되면, 프리미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경쟁에서도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빅딜로 모바일과 TV 등 차별화된 음향·오디오 기술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스피커·오디오 기기와 연결·제어 등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통한 차별화된 고객경험 측면에서 시너지 확대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하만은 이번 거래를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