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유지 중인 완성차 업계, 가격 인상 언제쯤
부품 관세 10~15% 면제에도 부담은 여전
GM 추산비용 최대 7조, 포드 2조 예상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완성차 업계가 차량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업계는 당분간 가격 유지를 시사하고 있지만, 부품부터 물류까지 전방위로 관세 장벽이 강화되며 결국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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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항만에 줄지어 선 자동차. [사진=블룸버그] |
◆부품 관세·입항 수수료까지 이중고 맞은 완성차 업계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외국산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기로 한 25% 관세가 3일(현지시간) 발효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가진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달 29일 2년간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월 3일부터 내년 4월 20일까지 미국에서 조립한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부품의 관세는 면제되고, 내년 5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조립한 경우에는 자동차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품의 관세가 면제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부품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자동차운반선에 대해 선박 1CEU(소형차 한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당 150달러(21만원)의 입항수수료를 부과하는 조치를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글로벌 해운 조사업체 클락슨 리서치는 자동차 물류 기업에 연간 약 18억 달러의 물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을 발표한 완성차 업체는 없지만, 업계에선 가격 인상 없이는 판매 지속이 어렵다는 공감대는 마련된 상태다. 특히 재고가 소진되는 5~6월, 입항 수수료 시행 시점인 10월 안팎으로 가격 인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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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조감도 [사진=현대자] |
◆5~6월부터 관세 영향력 본격화…완성차 업체 부담 비용 조단위
이미 4월부터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과 미국 현지 소비 심리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대미 자동차 수출은 25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6.3% 늘어난 16만2615대를 판매했다. 관세 적용 이전 금액을 유지하고 있는 모델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는 물류 운반비용, 부품 비용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입항 수수료가 부과된다면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트럼프 정부가 시장 반응을 주시하며 관세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어, 당장 인상을 단정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CNN은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된 1000만대의 차량 중 수입 부품 없이 생산된 차량은 1대도 없다며 이번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이 차량당 평균 4000달러(약 56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직접적으로 추산 비용을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비용만 연간 몇 십조원에 이른다. 지난 1일 제너럴 모터스(GM)의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는 올해 관세로 인해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이 40억∼50억 달러(약 5조6000억∼7조원)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포드 역시 실적 발표에서 관세로 인해 조정될 이익은 15억 달러(2조160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달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뉴욕 오토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OEM으로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원가와 공급이며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현대차는 운영 효율화와 현금 관리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