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정유사 정제마진도 악화
국제 유가 당분간 하락세...단기 실적 악화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비쌀 때 도입한 원유의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 단기적으로 실적에 부정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사들의 정제마진도 올해 초 12달러 수준에서 최근 5~6달러선까지 반토막 난 상황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으로 정유사 이익의 핵심지표로 꼽힌다.
◆ 국제 유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정유사 정제마진도 악화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 초만 해도 정제마진이 좋아져 실적 개선 기대감을 낳았지만,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불황에 따른 석유 수요 부진이 지속되며 당분간 실적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소폭 흑자 또는 수백억 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6247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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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뉴스핌 DB] |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한 - 877억원으로 전망치인 2080억원을 대폭 하회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석유사업이 BEP(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예상된다. 오는 2분기에도 유가 급락으로 석유사업이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500억~6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2770억원)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추정한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정유부문에서 전년 대비 50~80% 크게 악화된 실적이 예상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내리면 비싼 시점에 도입한 원유의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해 단기적으론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라며 "미국의 관세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도 변수지만 결국 중국의 수요가 언제 받쳐주느냐에 따라 향후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여부가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제유가 당분간 하락세...단기 실적 악화 불가피
국제유가는 당분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하락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반값 에너지 정책'을 내세우며 석유 증산을 예고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도 감산을 해제하기로 하는 등 원유 공급이 늘어날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한승재 D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4월 관세 부과 이슈로 침체 우려까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OPEC+의 예상하지 못한 증산 확대 결정으로 단기 수급은 과잉 확대가 예상되고, 유가가 하락함에도 수요와 정제마진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 정유사들의 단기 실적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