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차 공판서 증언…"임무수행 안해 민주주의 지켜"
"'의원 끌어내라'가 제 임무…대통령 지시라 이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안으로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임무를 받은 김형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제1특전대대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빗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차라리 항명죄로 처벌해달라"며 당시 임무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법정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시절인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외압과 관련해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21일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2차 공판을 열고 지난 기일에 이어 김 대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 |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5.04.21 photo@newspim.com |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12월 4일 오전 0시30분 이후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에게 정확히 부여받은 임무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고 김 대대장은 "'문짝을 부수고 유리창을 깨서라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가 제 임무였다"고 설명했다.
김 대대장은 변호인이 '이 단장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부하들에게 지시하지 않았으면서 국회 본청에는 왜 갔느냐'고 묻자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다"며 "본청에 가는 임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의원을 끌어내라는 임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일단 이동한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재주신문을 통해 "이 단장으로부터 '대통령님이 문을 부숴서라도 의원들을 끄집어내 오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지시가 '대통령님 지시구나'라고 이해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대대장은 "네"라고 답변했다. 앞서 김 대대장은 지난 14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 단장이 '대통령님이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 오래'라며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대대장은 이날 증인신문 말미에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다"며 "군 생활을 23년간 하면서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하는 게 제 임무"라며 "누군가는 저에게 항명이라고 하는데 상명하복 군 조직에서 저는 항명이 맞다"고 했다.
이어 "명령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고유의 임무 안에서 지키는 것"이라며 "그동안 많은 임무를 했지만 지난해 12월 3일에 받은 임무를 제가 어떻게 수행하겠는가.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제 부하들은 항명죄도 아니고 내란죄도 아니다. 제 부하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대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눈을 감은 채로 증언을 들었다. 대통령 지시와 관련한 질문이 오갈 때는 불편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김 대대장의 마지막 발언 때는 눈을 뜨고 김 대대장 쪽을 응시하기도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