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방산기업과 합작법인 설립...노르웨이 대학들과 산학협력
유럽 역외기업 배제 움직임...'빠른 납기·가성비' K-방산 존재감 알려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향후 4년간 11조원을 투자키로 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럽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8000억 유로(약 1290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내놨는데, '바이 유러피안(유럽산 구매)'에 대처하기 위해선 현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역외기업을 배제하려는 유럽의 방산 블록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글로벌 방산시장에서의 인지도와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 폴란드 방산기업과 합작법인 설립...노르웨이 대학들과 산학협력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최근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텀시트(Term Sheet)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향후 폴란드군에 추가 계약을 통해 공급할 사거리 80km급 천무 유도탄(CGR-080)의 현지생산은 물론 향후 유럽시장으로의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 2022년부터 두차례에 걸쳐 폴란드 군비청에 80km급 유도탄(CGR-080)과 290km급 유도탄(CTM-290) 수출하면서 총 7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유럽에서의 추가적인 생산거점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생산 역량 강화 및 '유럽 재무장' 계획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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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 다연장 로켓 [사진=한화에어로] |
한화에어로는 또 최근 루마니아의 대학들과 산학 협력관계를 맺고 최신 방산 기술 및 인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루마니아와 K9 자주포 등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서기 위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루마니아 현지 자주포 생산시설 건립에 따른 현지 인력 채용, 산학 장학생 지원, 대학 내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현장실습 인턴십 등 인적교류, 교환학생 과정 개설 등에서 폭 넓게 협력할 예정이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지난 8일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방산 분야에서는 해외 시장 직접 수출을 많이 했지만, 현지화는 부족했다"며 "유럽연합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방산 블록화로 비 EU국을 상대로 수출 장벽을 높이고 있는 만큼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현지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등 현지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유럽 역외기업 배제 움직임...'빠른 납기·가성비' K-방산 존재감 알려야
유럽연합(EU)은 27개 회원국 전체의 빠른 군사력 강화를 돕기 위해 총액 8000억유로(약 1290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사실상 확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커진 유럽의 안보 위기에 대응하고, 냉전 이후 30여 년간의 군축 기조로 취약해진 군사력과 방위 산업을 재건하려는 차원이다.
EU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유럽 안보·방위를 위한 지출을 막대하게 늘려야 한다"며 "전략적 의존성을 줄이고, 유럽 전역의 방위 산업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이 보유한 핵심 무기의 약 60%는 미국산으로 추정되는 등 미국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유럽이 재무장 계획을 통해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납기'와 '가성비'가 강점인 한국 방산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이 미국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단은 유럽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하겠지만, K9자주포나 전차, 로켓 등 재래식 무기의 경우 한국산을 구매 리스트에 올릴 수도 있다"며 "그 만큼 유럽 시장에서 K-방산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