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李, 본인 위해서라도 법정서 입장 밝히라"
유동규 "질문 받을 것 두려우니 안 나오는 것"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민간업자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네 번째로 불출석했다. 이 대표가 총 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고도 불출석하자 재판부는 "구인 등 강제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175차 공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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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민간업자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네 번째로 불출석했다. 이 대표가 총 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고도 불출석하자 재판부는 "구인 등 강제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이 대표가 출석하지 않으면서 이날 재판도 공전한 채 16분 만에 종료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 직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대략적인 내용은 지난번 사유하고 비슷하다"며 "공직선거법·위증교사·경기도청 법인카드 등 여러 차례 기소가 이루어져 당대표 활동이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 필요성이 있다고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 필요성이 있다"며 "(이 대표 측이) 바쁘다는 말을 하는데, 피고인들도 바쁘다고 말한다. 증인 이재명씨도 피고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과태료 800만원을 부과 받고도 계속 불출석하자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과태료는 실효성이 없었고, (이 대표의) 출석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인 구인, 감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법원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강제 구인장을 발부하거나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과태료 부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7일 이내 감치에 처할 수 있다.
재판부는 다만 "지금 증인의 신분이 국회의원이고 4월 5일에 임시회가 잡힌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상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규정돼 있기 때문에 강제조치가 가능한지 일단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기가 열리지 않으면 구인을 적극 검토하겠지만 회기가 진행 중이라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국회의) 동의가 이루어질지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회기 중에 구인장을 발부하기 위해선 국회의 체포동의가 필요하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요건인데 민주당이 170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가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재판부는 내달 7일 이 대표의 출석 여부를 지켜본 뒤 구인 등 강제조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를 향해 "이 사건은 2021년도에 문제가 돼서 이후 수사·기소가 이루어졌는데 정책을 결정하는 분이 어떤 경위에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국민들의 의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나오길 기대했다"며 "안 나오면 피고인들이 얘기하는 진술 내용에 따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본인을 위해서라도 법정에 나와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게 유리하고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 측은 국회의원과 당대표로서의 의정활동 등을 이유로 출석할 수 없다며 증인 채택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증인 불출석 신고서를 지난 14일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이 심리상 필요하다며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내달 7일과 14일에도 증인으로 소환돼 있다.
한편 피고인으로 재판에 출석한 유 전 본부장은 계속 불출석하고 있는 이 대표를 비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재판 직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이 대표의 (대장동) 재판에 증인으로 성실하게 출석했다"며 "이 대표는 본인이 정당하다면 증인으로 나와서 떳떳하게 밝히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뭐가 무서워서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질문 받을 것이 두려우니까 안 나오지 않겠나.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자백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 등은 대장동 민간업체인 화천대유 등에 택지개발 배당이익과 시행이익을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대장동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성남시 내부정보 등을 이용해 788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 시절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해 민간업자들이 부당이득을 얻게 하고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대장동 사업구조를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정 전 실장과 함께 기소돼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재판받고 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