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결과가 나오기 전날인 지난 25일.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동문 앞에서 한 어르신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이 보였다. 피켓에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부장판사에 대한 욕설이 담겼다.
서초동 법원은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공판준비기일과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 등 중요사건 일정을 앞두고 청사 내 일반차량의 진입을 금지했다. 판사를 비롯한 직원들에게도 자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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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성화 사회부 기자 |
실제로 판사들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차량 이용을 자제하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했다고 한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내 민사부로 이동한 김 부장판사도 출퇴근길에 해당 피켓을 지나쳤을 터, 바야흐로 판사들의 수난 시대다.
다음 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도 무죄로 뒤집히자 이 대표 반대파들은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묻기보다 그렇게 판결한 판사 개개인을 비난하기에 분주했다. 한 보수 성향의 변호사 모임은 성명서를 내고 '사법부 역사상 전무후무하고 파렴치한 쓰레기 판결'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쓰며 법관직을 사퇴하라고도 했다.
특정 사건을 맡은 법관들에 대한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지는 추세다. 법원은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자체 신변보호 조치를 진행 중이며 경찰도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서 유일하게 파면 의견을 낸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강화했다.
법관들을 향한 공격에 동조하거나 오히려 선동하기까지 하는 정치인들도 자중할 필요가 있다. 비난하는 대상을 엄정히 수사해 유무죄를 가려달라며 목소리를 내놓고 원하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비난의 대상을 법관으로 바꾸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법관들은 판결 이후도 문제지만 결론을 내기 위해 심리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다. 법정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의 말싸움, 기 싸움을 중재해야 하고 절차 하나하나 양측의 의견을 묻고 검토 후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편향적이라며 기피 신청을 당하기 일쑤다.
오죽하면 수원지검에서 이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을 수사 중일 때 일부 판사들 사이에서는 정기인사 전 희망 임지에 "수원은 안 쓴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정치적 사건의 부담이 예전보다 훨씬 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판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사회적으로도 필요하지만 도 넘은 비난은 사회적 분열만 키울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때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