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과장급 인사 전 확대간부회의서 발언
국장급 이상 참석…총괄 과장 배석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누가 어디에 있었는지 상관하지 않는 게 저의 원칙입니다."
최근 세종 관가의 최고 화두는 단연 인사였습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용산 대통령실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부처로 되돌아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 주자로 굳건해지면서 기재부 소속 직원들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습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기재부의 기능을 해체하겠다는, 이른바 '기재부 해체설'을 주장한 대표적 인물입니다.
기재부 과장급 공무원은 "차기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가 감돌면서 '기재부가 6개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일까요. 지난달 있었던 과장급 정기인사를 앞두고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확대간부회의에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는 소식입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20일 한 달 만에 세종을 찾아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국장급 이상이 참석했고, 총괄과장들이 배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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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김범석 기획재정부 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4차 경제금융상황 점검 전담반 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2024.12.26 photo@newspim.com |
김 차관은 이 자리에서 최 권한대행을 의식하지 않고 인사에 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회의에 참석한 A 관계자는 "김 차관이 2월 인사를 앞두고 여러 인물에게서 '어디 부서를 희망합니다'라는 취지의 연락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며 "회의에서 더 이상 이런 연락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차관의 전언을 한 문장으로 함축하면 이러합니다. "원적지를 고려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 '원적(原籍)'이란 기재부 내에서 본인이 소속했던 실·국을 의미합니다.
만일 2월 정기 인사 때 본인이 몸을 담았던 '원적'을 떠나 다른 곳으로 배치되면, 추후 '원적'으로 되돌아오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예산실과 세제실이 더욱 그러합니다. 기재부에 있어서 예산·세제는 가장 핵심부서입니다. 이 중에서도 예산실 소속 직원들이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는 후문입니다.
야당은 기재부의 예산실을 대통령 직속 기구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일 2월 정기 인사 때 자칫 예산실을 벗어나 다른 실·국으로 옮겨진다면, 차기 정권에서 돌아올 곳이 요원해집니다.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관계자 B 씨는 "차관께서 '기재부가 설령 조직이 갈라진다 한들 지금 필요한 자리에 가장 베스트인 인물을 보내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강하게 말했다"며 "2월 인사를 보면 김 차관의 소신이 반영된 걸 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사 폭풍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곧 있을 3월 사무관 인사가 남았기 때문입니다. 인사는 어느 누구도 만족할 수 없습니다. 격랑의 파고를 넘어가고 있는 기재부가 원칙과 소신을 지켜내길 바랍니다.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