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판, 데이터 손실·속도 향상 기술로 주목
삼성전기·LG이노텍, 양산·납품 위한 경쟁 돌입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지난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올해는 '유리 기판' 기술 선점에 나선다. 인공지능(AI) 시장의 급성장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차세대 기판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유리 기판이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두 기업도 이를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 유리 기판, 변형·신호손실 최소화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유리 기판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생산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유리 기판은 기존의 실리콘이나 유기 기판과 달리 얇고 단단한 유리 소재로 제작된다. 열팽창률이 낮아 고온에서도 변형이 거의 없으며, 동일한 면적에서 기존 기판보다 최대 10배 더 많은 전기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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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린 유리 기판의 모습. [사진=챗GPT] |
또 전력 소모를 기존 반도체 기판 대비 크게 줄일 수 있어, 반도체 칩의 소형화와 고성능화로 인한 열과 신호 간섭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AI 반도체의 발전으로 기판 위에 실장되는 칩 개수가 증가하고, 개별 칩의 크기도 커지는 추세에서 유리 기판은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AI 가속기와 서버용 CPU 제품에 유리 기판을 선제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제 상용화 시기도 빠르면 내년부터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가 본격적으로 유리 기판 산업의 수요가 형성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시장조사기관 더인사이트파트너스에 따르면 세계 유리 기판 시장 규모는 지난해 2300만달러(약 314억원)에서 연평균 약 5.9%씩 증가해 2034년 42억달러(약 5조735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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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
◆ 삼성전기·LG이노텍, 유리 기판 R&D 및 인프라 투자 확대
이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유리 기판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세종사업장에 파일럿(시범 생산) 라인을 구축했으며, 올해 시험 납품을 거쳐 2027년 이후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에는 대면적 기판에서 발생하는 휨 특성과 신호 손실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유리 기판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가로 150mm, 세로 150mm 크기로, 삼성전기의 유리관통전극(TGV) 가공 기술이 적용됐다. 회사 측은 이 기술이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기 쉬운 균열 없이 미세한 구멍을 정밀하게 뚫을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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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LG이노텍] |
LG이노텍 역시 지난해 3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유리기판 사업 착수를 공식화했고, 구미사업장에서 시험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는 지난달 CES 2025 행사에서 올해 말부터 시제품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표는 유리기판에 대해 "무조건 가야 하는 방향이고 장비 투자를 통해 올해 말부터 시제품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유리 기판은 2~3년 후 통신용 반도체에 쓰이기 시작하고 서버용도 5년 후 주력으로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