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연간 한 차례꼴로 이뤄진 추경
윤 정부서 0차례 진행…3년 만의 추경 가시화
추경 시 최소 0.1%p·최대 1.5%p 성장률 올라
주요 분야는 민생…'딥시크 쇼크 이후' AI 분야도
2년간 86조원 세수 펑크…올해도 '위태위태'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핌>은 추경의 규모·시기 등 방향성과 이에 대한 전문가 제언 등을 짚어보려고 한다.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여야는 추경을 투입할 분야를 민생과 인공지능(AI) 개발로 손꼽았다. 그간 추경 방향이 대부분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 내수 살리기에 집중된 만큼 이번에도 관련 분야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추경 편성과 함께 세입경정(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힐 시 세입 예산안을 조정하는 것)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제 성장률이 꺾인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전쟁을 예고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며 법인세, 양도소득세 등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3년 만의 추경 이뤄질까…통상 추경 방향은 '민생'
2000년 이후 추경은 2007년, 2010년~2012년, 2014년을 제외하고 1년에 한 차례꼴로 이뤄졌다. 그렇지만 윤 정부 출범 이후 세 차례 예산안(2023년, 2024년, 2025년)을 짠뒤 추경이 편성된 적이 없었다. 이번에 추경이 편성될 경우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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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에는 박근혜 정부 재임 기간이던 경기침체 대응에 17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추경은 ▲일자리 확충·저소득층 및 취약계층 지원 등 민생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방재정 지원 ▲중소·수출기업 지원 등으로 정해졌다.
이후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와 가뭄 대응로 11조6000억원, 2016년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방어를 위해 11조원이 투입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에는 일자리 지원을 위해 추경 11조원을 편성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소상공인 지원, 세대별 맞춤형 일자리 등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2018년 역시 청년일자리 창출 등에 3조8000억원이 편성됐다. 이후 2019년에는 미세먼지 등 국민 안전을 비롯해 민생경제 지원 목적으로 5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에는 코로나19 피해 최소화와 조기 극복, 긴급재난지원급 등 4차례에 걸쳐 66조8000억원을 추경으로 편성했다. 2021년에도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14조9000억원, 34조9000억원을 추경으로 풀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코로나19 손실 보상 등을 위해 78조9000억원을 추경으로 편성했다. 이는 전 정부에서 마련한 추경을 윤 정부가 집행한 식이었고, 윤 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추경이 한 차례도 편성되지 않았다.
추경은 규모와 성격, 시기 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에서 2020년까지 추경을 통해 0.1%포인트(p)에서 많게는 0.4%p까지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60조원 이상이 투입된 2020년에는 성장률이 1.5%p 올라갔다.
◆ 추경 가능성 열어둔 정부…일자리·AI 분야 편성 가닥
올해 초 정부는 추경 없는 경기부양을 위해 상반기 전체 예산의 75%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12.3 계엄 이후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자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대신 '추가 재정투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국회와 정부가 논의하자는 메시지를 연신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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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회 국무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2025.02.04 photo@newspim.com |
올해 추경 시 일자리,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 분야와 함께 AI 등 핵심 산업 분야에도 편성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생성형 AI인 '딥시크(DeepSeek) 쇼크' 발발로 AI 분야에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확산하는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추경 논의를 진행할 때 민생과 물가 안정, 소상공인 지원과 재해 분야 등에 편성돼 왔다"며 "올해도 추경이 이뤄질 경우 비슷한 분야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작년보다 세금 44.7조 더 걷혀야 하는데…경제 상황에 '불안불안'
추경 편성에 더해 세입경정이 단행될 수도 있다.
지난해 기재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382조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전년 대비 44조7000억원이 더 걷혀야 하는 상황이다.
국세수입은 법인세가 중심이다. 올해 법인세(88조5000억원)는 전년 대비 25조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소득세·부가가치세도 각각 10조6000억원, 4조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봤다.
그렇지만 '12.3 계엄' 이후 정세가 불안정해지며 성장률이 둔화했다. 한국은행은 작년 11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9%로 전망했지만, 올 1월 1.6~1.7%로 최대 0.3%p 낮췄다. 이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며 '관세 전쟁'을 예고하며 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악조건 속에서 기업 경제 악화로 법인세, 양도소득세 등 주요 세수 축소가 예견된다. 실제 한국에서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내 왔던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15% 하회하기도 했다.
3년 연속 '세수 펑크'라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 2023년 56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작년에도 약 30조원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났다. 올해도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가 줄어들 경우 또다시 결손이 빚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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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전경 2023.03.16 jsh@newspim.com |
기재부는 신중하게 관측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성장률은 하향 조정됐지만 1~2월 실적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추정 근거가 적고, 추경도 확정된 게 아니라 세입경정을 결정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세입경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홍성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더해 국제 분쟁 등 대외 충격으로 인한 수출·환율 불안정 등으로 기업 실적이 약화하고, 국내 경기 악화로 법인세수와 양도소득세 등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홍 교수는 "경기 불황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가 예전만큼 활발하게 성장하지 않을 것이고, 조세수입 증가율도 많지 않을 것"이라며 "세입경정의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