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부당대출 관련 5개월 금감원 검사
이복현 "경미한 취급 아닌 매운 맛으로 알리려는 시도"
경영실태평가서 2등급 유지 못하면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무산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오는 4일 열리는 금융감독원의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 발표에 금융권을 넘어 산업계가 집중하고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비은행 분야 M&A에 큰 차질이 빚을 수도 있다.
이날 발표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나선다. 지난해 정기 검사 대상이었던 우리·KB국민·농협금융지주와 각 은행의 주요 검사 결과가 이날 발표된다.
금감원은 당초 검사 발표를 지난해 12월로 예정했지만, 비상계엄 정국 등으로 1월로 연기한 것에 이어 또 한 차례 연기하면서 4일 발표로 확정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브리핑에서는 지난해 나타났던 금융 관련 사고 중 심각한 문제 위주로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특히 관심은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에 쏠리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핌DB] |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약 5개월 동안 금감원 검사를 받았다. 지난해 6월 현장 검사에 착수한 후 8월 재검사, 10월 정기 검사를 받았다. 정기 검사는 기간을 2주 연장하는 등 엄격한 조사를 받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검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위법 행위를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운 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말해 우리금융지주에 '매운' 검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손태승 전 회장 뿐 아니라 우리금융 현 경영진인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 재임기간에 추가적인 불법 대출이 있었다고도 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검사 결과는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동양생명·ABL생명보험 인수합병 관련 금융당국의 인가 승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도가 크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6일 금융당국에 동양·ABL생명보험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금융감독원이 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행정규칙인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금감원이 발표하는 경영실태평가에서 최소 2등급을 유지해야 동양·ABL생명보험을 인수할 수 있다.
이번 경영실태평가부터 내부 통제가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되고, 평가 비중도 기존 5.3%에서 15%로 3배 이상 대폭 상향되면서 검사 결과에 따라 2등급이었던 우리금융의 평가 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우리금융지주의 숙원이었던 비은행 사업 부문 강화가 차질을 빚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4.9%로 압도적이었다. 이는 하나금융지주 86.2%, 신한금융지주 77.9%, 농협금융지주 71.5%, KB금융 58%와 비교하면 은행 의존도가 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그동안 비은행 사업 강화를 핵심 화두로 삼고 있다. 그 핵심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동시 인수와 우리투자증권 출범에 있다.
물론 이번 검사 발표가 곧바로 우리금융의 등급 하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 측에 따르면 등급 발표는 금융기관 제재까지 포함해 발표하기 때문에 통상 1년 이상 걸린다. 우리금융은 검사 결과를 통지받으면 이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부당 대출 사건과 별개로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분의 인가는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2014년 KB금융은 개인정보유출로 비난 여론이 높은 과정에서도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받았다. 금융위는 금융지주회사법의 특례 조항을 바탕으로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했는데 이 같은 선례가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