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우리나라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에서 패한 중국 바둑계의 '간판스타' 커제(柯洁)가 "한국에서 모욕당했다"며 거친 감정을 토로했다.
중국 바둑계 간판스타인 커제 9단은 26일 중국 SNS 계정에서 라이브 쇼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팬들에게 전했다고 중국 환구시보가 27일 전했다.
커제는 지난 23일 LG배 조선일보 대회 결승전에서 우리나라 변상일 9단에게 최종 패했다. 커제는 1국에서 이겼지만, 2국에서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 위반으로 반칙 패했고, 최종 3국에서도 사석 문제로 심판으로부터 경고와 벌점을 받자 결국 기권했다. 이 과정에서 커제 9단은 심판진에게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발단은 사석 관리 규정에서 시작됐다. 사석 관리 규정은 국제 대회 때 중국 선수들이 따낸 돌을 여기저기 던져 놓아 형세 판단에 혼란을 겪는 상황을 방지하려고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바둑에서는 계가 때 사석을 집을 메우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대국 도중 상대 사석 수를 확인하고 형세를 판단한다.
반면 중국 바둑에서는 계가 때 반상의 살아 있는 돌만 세기 때문에 사석이 필요 없다. 따라서 따낸 돌을 아무 데나 던져 놓거나 상대 바둑통에 넣는 경우도 있다.
이번 경기 전 중국 바둑팀은 한국기원이 지난해 11월 만든 새로운 '사석 관리' 규정을 전달받았으나, 커제가 새로운 규정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초유의 패배로 이어졌다.
커제는 26일 SNS 방송에서 "LG배는 제 9번째 세계 챔피언 도전이었기 때문에 무척 중요했고, 몇 달 동안 게임과 SNS를 끊고 열심히 대회를 준비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커제는 "저는 그날 이후 악몽을 헤매고, 지옥을 걷는 것 같다"며 "음식을 먹을 수도,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눈을 감으면 그때 상황이 떠오른다"며 "정말 큰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고 발언했다.
커제는 "상대방이 저를 신고한 후, 제가 심판에 항의를 했고, 그 순간에 상대방은 현장에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며 울먹이며 "한국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며 웃는지 알 수 없었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그는 "상대방이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을 것이며, 그를 악의적으로 추측하고 싶지 않다"고도 말했다.
커제는 "심판이 내게 '계속 시간을 끌면, 판정 패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며 "왜 차별적인 말로 우리를 모욕하는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수십 개의 눈이 저를 주시하고 있었고, 저는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으며, 또 무슨 규칙을 어겼을까 봐 너무 무서웠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저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개인 방송을 끝마쳤다.
중국 커제 9단이 개인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환구시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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