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지난 새벽에는 두들기고 던지는 소리가 온 동네에 울렸어요. 전쟁이 난 것 같아 무서워서 잠이 안 오더라구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서 여전히 너무 두려워요"
20일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만난 지역 주민 A씨(70대 후반·여)는 지난 19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서부지법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그는 "'죽여라' 외침이 온 새벽 내내 들였다"라며 "미국에 사는 아들 내외도 놀라서 전화를 하며 걱정을 심하게 하더라"고 말했다.
서울 서부지법 당직실로 향하는 정문이 20일 파손된 상태로 있다. [사진=조승진 기자] |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한 폭동 사태가 일어난 지 하루 뒤인 이날 서부지법 외벽은 여전히 곳곳이 뜯겨 나간 상태다.
법원 내부는 정돈된 모습을 보였지만, 당직실 방향으로 향하는 문과 셔터는 여전히 파손돼 있었다.
법원은 이날 업무를 정상적으로 개시했으나, 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일반 민원 상담 업무는 24일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서부지법 외부는 여전히 전일 새벽 발생한 난입 사태 여파가 고스란했다.
윤 지지자들의 난입 통로로 알려진 서부지법 후문에는 여전히 현판이 쓰러져 있었다. 근처에는 남성 운동화 한 짝, 찢긴 피켓, 부러진 삼각대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외벽 역시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후문 쪽 법원을 둘러싼 외벽은 약 2m 높이까지 연이어 뜯겨 있었다. 일부 외벽은 법원 2층 창문 근처까지 뜯어져 있었는데, 시위대가 무언가를 던져 깨트린 것으로 추정된다.
후문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는 신관 통로 쪽 외벽도 마감재가 뜯어진 상태였다. 외부 창문은 보강을 위해 파란 판으로 덧대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문은 고장이 나 끝까지 닫히지 못한 채 3센티가량 열려 있었다.
경찰 경계도 여전했다. 서부지법 정문 인근으로는 직원, 민원인 등을 제외한 일반인의 통행은 금지된 상태다. 경찰은 정문에는 약 9명, 후문에는 약 5명을 배치했다. 후문 쪽 외벽으로는 약 10m 간격으로 경찰을 세워두기도 했다.
20일 서울 서부지법 외벽을 둘러싸고 경찰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사진=조승진 기자] |
인근에서 서부지법을 바라보던 지역 주민 B 씨(68세·여)는 "새벽 1시 25분에 아파트 주민들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다는 내용의 글을 단톡방에 연달아 올리더라"며 "나도 나이가 있고,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이번 사태는 폭도에 가깝지 않나 싶다. 법을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힘주어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사태로 인한 물적 피해가 약 6억∼7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외벽 마감재와 유리창, 셔터, 폐쇄회로(CC)TV 저장장치, 출입 통제 시스템, 책상 등 집기, 조형 미술작품이 파손됐다.
또 당시 상황을 겪은 야간 당직 직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찰청은 기동대원 등 경찰관 51명이 부상을 입고 경찰병원 등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44명은 경상자, 나머지 7명은 손목 인대 파열, 손가락 골절 등 전치 3주 이상의 중상이다.
경찰은 서부지법 폭동에 가담한 86명을 연행해 18개 경찰서에 분산 조사 중이다.
chogiza@newspim.com